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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전설

<철원·심원사>부처님 이마의 도끼

by phd100 2021. 2. 23.

<철원·심원사>

부처님 이마의 도끼

 

옛날 강원도 철원군 보개산 심원사에 묘선이라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강원 공부를 마친 지 얼마 안되는 스님은 매사에 의욕적이었다.

어느 날, 노 스님을 모시고 산책을 하던 묘선 스님은 노 스님에게 말했다.

『스님, 아무래도 절이 너무 낡아 보수를 해야되겠습니다.』

『알고 있다. 그러나 살림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엄두를 내겠느냐.』

『스님, 오늘부터 제가 백일기도를 드려 불사를 하겠습니다.』

 

묘선 스님은 그날로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젊은 스님의 기도는 간곡했다.

백일기도를 회향하는 날 밤.

『묘선아, 네 기도가 그토록 간절하고 불심이 장하니 반드시 시주가 나타나 절 중창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화주를 구하러 나가도록 해라. 맨 처음 만나는 사람이 심원사 중창불사의 시주가 될 것이니라.』

 

꿈에 나타나신 부처님은 이렇게 일러주셨다. 잠에서 깬 묘선은 거뜬한 마음으로 길 떠날 채비를 차리곤 노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소승 화주길에 오르겠습니다.』

『오냐, 잘 다녀오너라.』

묘선 스님이 막 산문 밖을 나서는데 왠 나무꾼 하나가 아침 일찍부터 나무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꿈 생각을 한 묘선 스님은 나무꾼을 자세히 보았다. 아랫마을에 사는 머슴 박씨였다.

 

『머슴 박씨가 우리 절 중창 불사 시주가 될 수는 없을 텐데… 그냥 지나칠까.』

묘선 스님은 잠시 망설였다.

『아냐,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말씀인데….』

묘선 스님은 박씨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일찍 나오셨습니다.』

『아이구, 심원사 스님이시군요. 어디 먼길 떠나십니까?』

 

묘선 스님은 일손을 멈추고 공손히 인사하는 박씨에게 간밤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주가 되겠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한동안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50평생 못 간 장가, 이제 가서 뭘하나. 차라리 그 동안 머슴살이로 모은 재산 절 짓는데 보시하여 부처님께 공덕이나 지어야지.」

마음을 결정한 박씨는 기꺼운 마음으로 스님께 대답했다.

 

『스님께서 제게 시주가 되라는 데는 큰 뜻이 있을 것입니다. 스님 말씀에 따라 40년간 모은 저의 전 재산을 불사기금으로 시주하겠습니다.』

『참으로 고맙소. 이 인연공덕으로 다음 생(生)에 좋은 인연을 받을 것입니다.』

박씨의 시주로 심원사 불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머슴 박씨가 시주를 한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그만 자리에 몸저 눕고 말았다. 그러나 돈을 모두 절에 시주한 박씨는 약도 쓸 수가 없었다. 주인집에서는 머슴이 일을 못하고 눕게 되자 공짜밥을 먹일 수 없다고 박씨를 절로 보냈다.

절에서는 박씨를 위해 극진히 간병하면서 정성껏 기도를 올렸으니 차도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병은 악화됐고, 끝내 박씨는 죽고 말았다.

 

마을에서는 묘선 스님이 순진한 머슴 박씨를 속여 결국은 죽게 했다고 이웃 동네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묘선 스님은 더 이상 심원사에 머물 수가 없었다. 절을 떠나기로 결심한 스님은 새벽예불을 올리러 법당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촛불 속에 부처님을 바라보는 묘선 스님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가피는커녕 시주자를 죽게 한 부처님」이란 생각을 갖게 된 묘선 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헛간으로 발길을 옮겼다. 스님의 손에는 어느새 도끼가 들려 있었다. 스님은 법당으로 다시 들어가 부처님 이마를 도끼로 내리치고는 황망히 절을 빠져 나갔다.

 

그 뒤 전국을 만행하는 묘선 스님의 발걸음은 늘 무겁기만 했다. 심원사 부처님 이마에 박힌 도끼가 빠지지 않는다는 소문은 전국에 퍼져 있었다.

그렇게 30년이 지난 어느 날. 묘선 스님은 심원사 부처님께 용서를 빌고 자신이 그 도끼를 뽑고 싶은 생각이 들어 심원사로 갔다.

절은 30년 전 불사가 중단된 모습 그대로였고 부처님 이마엔 도끼가 박혀 있었다. 묘선 스님은 참회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마침 그 무렵 새로 부임한 젊은 사또는 돈독한 불자로서 심원사 부처님 이마의 도끼를 손수 뽑겠다고 절에 와 있었다.

법당에 들어선 사또는 삼배를 올린 후 부처님 이마의 도끼를 뽑았다. 도끼는 쉽게 빠졌다. 그 도끼를 들여다본 사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화주 시주 상봉」

도끼에는 이렇게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모습을 법당 문밖에서 바라보고 있던 묘선 스님은 그때 비로소 부처님이 머슴 박씨를 죽게 한 뜻을 깨달았다.

 

스님은 사또 앞으로 나아갔다.

『소승이 바로 30년 전 이 도끼로 부처님 이마를 찍을 사람입니다. 사또님의 전생은 이 절에 시주하신 머슴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시 시주를 구한 화주승은 바로 저이지요. 화주승과 시주가 인연 있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시주 화주 상봉」이란 바로 오늘의 인연을 부처님께서 미리 계시하신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묘선 스님의 설명을 들은 사또는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간 일어나 스님에게 삼배를 올렸다.

『스님, 이제 멀리 떠나지 마십시오. 부처님 뜻으로 인연 맺어 스님과 제가 다시 만났으니 심원사 불사를 완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필요한 돈은 제가 시주하겠습니다.』

 

심원사 중창불사는 30년만에 다시 시작되었다. 묘선 스님은 심원사를 중창한 후 그 절에 오래 머물면서 큰스님이 되어 많은 신도를 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