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
의령의 형님 산이 자굴산이라면 동생 산은 한우산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자굴산의 옆구리에 얌전히 앉아 동생답게 온갖 귀염을 떠는 산.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나니 꽃 축제를 열어 잔치 한마당이 벌어지고 산 어깨에선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나비처럼 하늘을 박차고 오르기도 한다.
일붕사를 지나, 벽계 계곡에서 산굽이를 돌아 오르는 꼬부랑길. 이 길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역정을 그려 놓은 것 같아 영화 “아름다운 시절” 마지막 장면 촬영지가 되었던 곳이다.
또한 그 옛날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나라 통일을 위해 격전을 벌였을 때 신라 애장왕의 부마가 이곳에서 전사하자 너무나 비통하여 애장왕이 친히 전투에 나와 싸웠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지는데, 이곳 골짜기 이름 또한 왕다걸실이라 부르기도 한다하니 이 조그만 골짜기가 당시 군사의 요충지라 느껴지기엔 그 아름다움이 앞설 뿐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연을 담은 산에 사계절 맑은 계곡물 흘러내리니 마냥 벽계 계곡의 발원지로서 자연그대로의 모습만 명경처럼 맑게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