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였던 친구가 이렇게 늙었네"
부산일보 게재 : 2015-04-06 [23:01:13] | 수정시간: 2015-04-06 [23:01:13] | 12면
▲ 졸업 60년 만에 모교를 찾은 김해 진례초등학교 27회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지난 4일 하얀 벚꽃 잎이 흩날리던 경남 김해 진례초등학교(교장 서점선)에 70대 어르신들이 찾아왔다. 이 학교 27회 졸업생 33명이 졸업 60주년을 기념해 모교를 방문한 것이다.
김해 진례초등 졸업생
60년 만에 모교 방문
기금 모아 전자 교구 기증
이들은 손자, 또는 증손자나 다름없는 후배들을 위해 전자칠판, 컴퓨터, 이동식 앰프, 소나무 한 그루 등을 기부했다. 동기생들이 모은 돈 2천여만 원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모교를 찾은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봄꽃처럼 피어 있었다. 진례초 교사들은 봄소식과 함께 찾아온 특별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서점선 교장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졸업생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잘 오셨습니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27회 동기회 박환두(73) 회장이 모교 방문 소감을 밝혔다. " 학교를 졸업한 뒤로 강산이 여섯 번이나 변했습니다. 교정에서 옛날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학교 뒤뜰에 있는 향나무와 벚나무는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60년 만에 모교를 방문하고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었습니다."
감사 인사가 오가며 분위기가 무르익는 사이에 식사시간이 됐다. 졸업생들은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학창시절 이야기를 한 사람은 박 회장이었다. "우리가 5학년 때 학급당 40명씩 두 반이 있었지. 남자반이었던 1반 김삼룡 선생님이 숙제를 안 해왔다며 남학생들을 홀딱 벗겨서 복도로 내보내 벌을 준 일이 있어. 2반은 남녀합반이었는데 여학생들이 벌거벗은 남학생들을 구경하며 웃어대더라고. 어찌나 부끄럽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
송상행(73) 씨가 졸업사진이 붙어 있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저기 졸업사진 속에 있는 대머리 선생님이야. 어찌나 엄했던지 말도 못해." 김복자(73·여) 씨는 "나는 그 장면을 봤어.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어르신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식사시간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위해 27회 동기생들이 단상 앞으로 모였다."우리가 이렇게 모교에서 모인 모습을 보면 훗날 다른 기수 후배들도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겠습니까?" 박 회장의 말에 졸업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구건조증(생활속의 건강체조) (0) | 2015.07.16 |
---|---|
사랑합니다. 아버지! (0) | 2015.06.23 |
새해2 (0) | 2014.12.31 |
형제들의 난 (0) | 2014.12.22 |
어깨에 뭉쳐있는 근육 풀어 주기 (0) | 201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