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근남면, 바다를 끼고 가는 동해변 국도는 언제라도 발길과 마음을 잡아끈다. 그러나 마음을 탁 틔울 수 있는 곳만 있다면 국도에서 조금 벗어난들 길의 좁고 거침이야 무슨 상관이 있으랴.
그러려면 울진읍에서 벗어나자마자 근남면 수산리에서 서슴없이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곧장 바다 쪽으로 직진하면 바다에 바로 면한 길가에 횟집들이 서넛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는 사이로 계단이 난 길이 있다. 그 계단 길을 오르면 ‘바다를 바라다보는 정자’ 곧 망양정(望洋亭)에 이른다.
이 망양정에서 바라다보는 바다 풍광의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혔다. 조선 초기의 학자 서거정은 ‘평해팔영’의 하나로 망양정을 꼽았고,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은 1580년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과 관동팔경을 두루 돌아보고 감흥을 읊조린 「관동별곡」에서 망양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해 망양정에 오른 말이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고
가득 노한 고래 누가 놀래기에
불거니 뿜거니 어지러이 구는지고
은산을 꺾어내어 천지사방에 내리는 듯
오월 장천에 백설은 무슨 일인고
天根去來看未足
快馬登行望洋亭
海外長天天外何
脩鯨駭噴波晦暝
欲折銀山下六合
五月白雪胡爲乎
아름다운 풍광이 문인에게서는 시로 나오지만 화가에게서는 그림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조선 후기에 숙종 임금은 강원도 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해서 팔경을 두루 감상한 뒤, 그중에서 망양정이 가장 낫다고 하며 ‘關東第一樓’라고 쓴 친필 편액을 내렸다고 한다.
그것은 그림이 잘 되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망양정이 보여주는 풍광이 워낙 시원해서였을 것이다. 망양정에 쏠린 이러한 옛사람들의 사랑을 망양정에 올라 되느껴 봄이 어떨까.
망양정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현재 위치보다 15㎞쯤 아래쪽인 기성면 망양리의 현종산 기슭에 세워졌는데, 1858년에 울진 현령 이희호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현재의 건물은 1958년에 새로 짓고 1979년에 다시 보수한 것이어서 누각 자체가 주는 옛 맛은 없다.
그러나 정자의 본령은 거기에서 바라다보는 풍광에 있는 것이니, 예의 송강이 누렸던 바다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바다에 다를 바가 무엇이랴.
망양정 근처에는 바로 망양해수욕장이 있으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바다를 몸으로도 느껴볼 수 있다.
이 망양해수욕장말고도 울진에는 북쪽으로부터 차례로 나곡 · 부구 · 후정 · 봉평 · 양정 · 울진 해수욕장 들이 있다. 동해안치고는 강원도의 해수욕장들만큼 붐비지는 않지만 물이 맑고 깨끗한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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