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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얘기

퇴계(退溪)선생의 매화 詩와 두향(杜香) 이야기

by phd100 2017. 7. 13.


  

이황(李滉) 퇴계(退溪)선생은 매화(梅花)를 끔직히도 사랑했다.

매화를 노래한 시가 1백수가 넘는다.

 

이렇게 놀랄 만큼 큰 집념으로 매화를 사랑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官妓) 두향(杜香) 때문이었다.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48세 때였다.

그리고 두향의 나이는 18세였다.

두향은 첫눈에 퇴계 선생에게 반했지만 처신이 풀 먹인 안동포처럼 빳빳했던 퇴계선생이었던 지라, 한동안은 두향의 애간장은 녹여섰다.

 

그러나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었던 퇴계 선생은 그 빈 가슴에 한 떨기 설중매 같았던 두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두향은 시(詩)와 서(書)와 가야금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다.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은, 겨우 9개월 만에 끝나게 되었다.

 

퇴계 선생이 경상도 풍기 군수로 옮겨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향으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변고였다. 짧은 인연 뒤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별은 두향이에겐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은 깊었으나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퇴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움 뿐이다.』

 

두향이가 말없이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 그리고는 시 한 수를 썼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때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이날 밤의 이별은 결국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1570년 퇴계 선생이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퇴계 선생이 단양을 떠날 때 그의 짐 속엔 두향이가 준 수석 2개와 매화 화분 하나가 있었다.

 

이때부터 퇴계 선생은 평생을 이 매화를 가까이 두고 사랑을 쏟았다.

 

퇴계 선생은 두향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화분에 핀 매화를 두향을 보듯 애지중지했다.

선생이 나이가 들어 모습이 초췌해지자 매화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면서 매화 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기라고 했다.

 

퇴계 선생을 떠나보낸 뒤 두향은 간곡한 청으로 관기에서 빠져나와 퇴계 선생과 자주 갔었던 남한강가에 움막을 치고 평생 선생을 그리며 살았다.

 

퇴계 선생은 그 뒤 부제학, 공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고 말년엔 안동에 은거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 퇴계 선생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것이었다.『매화에 물을 주어라.』

선생의 그 말속에는 가슴에 두향이가 가득 했다는 증거였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前身應是明月 幾生修到梅花).

퇴계 선생의 시 한 편이다.

 

퇴계 선생의 부음을 들은 두향은 4일간을 걸어서 안동을 찾아 갔다.

한 사람이 죽어서야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단양으로 돌아온 두향은 결국 남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두향의 사랑은 한 사람을 향한 지극히 절박하고 준엄한 사랑이었다.

 

그 때 두향이가 퇴계 선생에게 주었던 매화는 그 대(代)를 잇고 이어 지금 안동의 도산서원 입구에 그대로 피고 있다.

 

내년 봄 도산서원을 찾아 매화를 볼 기회가 있으면 두향의 사랑을 생각하고 한 번 유심히 바라볼 일이다.

 

선생이 두향에게 보내는 시 몇 구절을 적어 보면...

 

黃卷中間對聖賢(황군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옛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면서>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속식)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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