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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남

화순 세랑제

by phd100 2020. 12. 14.

 

화순 세량제와 환산정

화합과 순함을 담은 이름처럼 전남 화순은 사람, 자연, 문화가 두루 어우러진 고장이다.

일제강점기에 능주군과 동복군이 화순군으로 편입·통합되면서 산간, 평야 문화가 만나 독특한 화합을 이뤘기 때문. 이런 과거를 거쳐 화순은 평화롭고 순박하고 정다운 고장으로 자리 잡아 왔다.

갠 하늘의 달, 들의 맑은 바람, 새벽 종소리, 저녁노을, 밥 짓는 연기 등이 화순팔경에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화순은 지리적으로 산과 바다가 비교적 복잡하게 얽혀 지류가 다양하다. 덕분에 세간의 관심이 쉽게 닿지 않는 곳곳이 천혜의 비경이다.

 

세량제는 미국의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 특별함이란 자연의 멋이 계절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해 뜰 무렵 물안개가 연출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도 큰 몫을 한다. 이 매력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해뜨기 전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세량제로 향한다.

 

세량리는 1395년 남양 홍씨가 최초 입향하면서 샘이 있는 마을 ‘새암골’로 불리던 곳이다.

샘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가 세량제로 이어져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명소가 됐으니 남양 홍씨가 이름 하나는 제대로 지었구나 싶다.

새암골은 세월이 흐르면서 세양동이 됐다가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세량리로 바뀌었다. 분적산과 앵무산 사이 조그마한 저수지는 세량지 또는 세량제로 자연스레 불리고 있다.

 

세량제 산벚나무에 꽃이 필 때 즈음이면,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메고 드나든다. 버드나무와 삼나무 그리고 산벚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에 물안개까지 잔잔히 드리우면 신비함마저 감돈다. 세량제가 봄에 더욱 인기인 이유다.

 

먼저 포근하고 연한 삼나무의 옥빛 배경 위로 연둣빛 솜사탕 같은 버드나무, 하얀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산벚나무가 액센트를 더한다. 잔잔한 수면에는 분홍빛 벚꽃잎이 떠다니고, 그 사이로 소금쟁이 발자국이 피었다 사라진다. 봄볕에 말랑해진 흙을 느끼며 이 풍경을 즐기니, 생명력 충만한 4월의 한가운데를 걷는 듯하다. 정다운 화순이기 때문일까. 화순의 봄 또한 정답다.

 

 

<서성제와 환산정>

옛 화순의 젖줄 위에 생긴 호수, 서성제

화순은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과 섬진강이 흐르는 곳이지만, 전라남도에서 드물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고장이다. 통합 이전에는 지석천, 화순천, 동복천 이렇게 세 줄기 강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당시 화순군의 젖줄은 화순천으로, 이 강의 지류 중 하나인 동천에 세량제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저수지가 있다. 지도에서 화순군청 동쪽 가까이 자리한 큰 호수여서 눈길을 끄는 서성제이다.

동천이 흐르는 험한 계곡 지형이 완만해지기 시작하는 지점, 1967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현재의 호수가 생겼다. 호수의 남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 이름 모를 여러 봉우리와 절벽이 형성돼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수로 뻗은 좁은 길을 지나면 환산정이 나온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백천 류함 선생이 통곡하며 은거하려고 세운 정자다.

류함 선생은 청나라를 상대로 의병을 일으켜 전라도 의병장 조수성 청감대장과 함께 의병부장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곳에서 오랑캐를 다 무찌르지 못함을 통곡하며 우국의 한을 삭였을 것이다.

 

당시 정자는 단칸 초가였으나 호수의 습기로 인해 구조목이 부식돼 위태로워지자 화순군과 문화 류씨 화순종친회가 나서서 2010년 11월 보수, 중건했다. 지금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진퇴를 둔 남향의 평면 형식으로,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정자처럼 서성제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환산정 앞 노송의 자태가 우아하면서도 정자를 지키는 근위병처럼 든든하다. 호숫가 버드나무 군락에 연둣빛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서암산 적벽의 기암과 단애를 두루 살펴보며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다. 세량제가 아기자기한 맛이라면, 서성제는 시원한 멋이랄까. 서성제는 어종이 풍부해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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