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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기

파주 보광사2

by phd100 2021. 8. 8.

 

보광사(普光寺)

됫박처럼 가팔라 불렸다는 됫박고개를 굽이굽이 넘어가면 광탄면 기산리 · 영장리, 양주시 경계에 걸쳐 있는 고령산 자락에 닿는다.

 

621.8m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령산은 1634년에 주조한 보광사 범종에는 ‘高嶺山’이라 표기돼 있고, 조선 후기에 편찬된 『양주목읍지』에는 ‘高靈山’ 『한국사찰전서』엔 그 둘의 표기가 모두 실려 있어 높고 신령스럽다는 두 가지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고령산 서쪽 자락 소담하게 우거진 숲속 길을 올라가면, 창건 당시 한강 이북의 6대 사찰 중 하나로 꼽혔다는 보광사(普光寺)가 여름이면 수해(樹海)를 이루는 능선 아래쪽에 숨은 듯 안겨 있다. 봄·가을이면 꽃과 단풍으로 천지가 붉게 물든다.

 

보광사는 신라 진성여왕 8년(894)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고려 고종 2년(1215) 원진(元眞)국사가 중창하고, 우왕 14년(1388) 무학대사가 삼창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광해군 4년(1622)에 복원했다.

1740년 영조가 대웅보전과 광응전(光鷹殿) · 만세루 등을 중수하고, 인근 10여 리 밖의 영장리 능말에 있는 생모 숙빈 최씨의 묘 소령원(昭寧園)의 원찰(願刹)로 삼으면서 왕실의 발길이 잦았다.

당초 고령사(高靈寺)였던 절 이름도 이 무렵에 보광사로 고쳐 불렀다고 전한다.

 

조선 말기 쌍세전과 나한전, 산내에 수구암 등을 지으며 중창했으나 한국전쟁 때 대웅보전과 만세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각이 불탄 것을 1957년 이후 꾸준히 재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보전 오른편 위쪽으로 근래 새로 단장한 사방 1칸짜리 아담한 어실각(御室閣)에 숙빈 최씨의 영정과 신위가 모셔져 있고, 어실각 앞쪽에 영조가 심었다는 향나무가 있어 영조의 극진했던 효심이 전해진다.

 

완고한 신분제사회에서 숙빈 최씨는 왕의 어머니가 되고서도 ‘후궁’의 몸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영조의 애틋한 효심은 더했을 테고, 소령원에 친필 비문을 적어 세우며 보광사에 혼을 모셔 위로하였으나 어디 흡족함이 있었을까.

 

대웅보전 앞에는 다 쓰러져가는 만세루가 뒤쪽의 버팀목에 의지해 아슬아슬 서 있는데, 얼핏 보아도 정면 9칸에 승방이 딸려 있는 이 건물이 본래 누각이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찬찬히 살펴보면 건물은 ┤자 평면인데, 동서 ㅡ자로 놓인 큰방채를 잇대어 막음하며 9칸의 승방이 남북 ㅣ자로 놓이는 특이한 구조를 이루었다.

ㅡ와 ㅣ가 맞닿는 부분에 대청마루를 놓고 건물 동쪽과 남쪽에 마루를 달았다.

이는 왕실원찰이 갖는 기본적인 구조였으므로, 영조 때 중창하면서 법당에 들 수 없는 상궁이나 부녀자들을 위해 바로 이곳에서 예를 올리게 한 깊은 배려였다고 추측된다.

 

본래는 염불당으로 지어진 정면 9칸의 커다란 건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안정돼 보였는데 지금은 버팀목에 의지해 있는 상태이다.

또 지금은 만세루라 부르지만 건물 앞에 걸려 있는 편액에 ‘念佛堂重修時施主案付錄’(염불당중수시시주안부록)이라 적혀 있어 건물은 그 뒤 ‘염불당’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고, 1913년 8월 서울의 상궁 등이 시주해 중수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무렵 만들어졌을 만세루 마루 앞에 걸려 있는 목어가 근래에 보기 드문 빼어난 수작이다.

 

몸통은 아직 물고기 모양이 조금 남아 있지만 눈썹과 둥근 눈, 튀어나온 코, 여의주를 문 입 그리고 머리에는 사슴의 뿔까지 있어 영락없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양주군지』에 따르면 보광사엔 영조대왕의 친필인 ‘大雄寶殿’(대웅보전) 편액과 추사 김정희의 친필 ‘光鷹殿’(광응전) 편액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걸려 있는 대웅보전 편액은 영조대왕 친필이 확실하다 하나, 광응전 편액은 확인할 바가 없다. 광응전이 없어진 탓일까.

 

현재 보광사엔 대웅보전과 만세루 외에 지장전과 원통전이 예전 쌍세전 자리에 들어섰고, 응진전 · 산신각 · 어실각 등이 있으며, 보광사의 내력을 명문으로 담고 있는 1631년(인조 9)에 주조한 범종이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8호로 지정돼 있다.

보광사 범종은 조선시대 범종양식을 잘 보여주는 종으로 크기는 작지만 매우 화려하면서도 다부진 느낌을 준다.

 

그리고 본래 대웅보전에 모셔져 있던, 1893년에 조성된 삼장탱은 얼마 전 지장전으로 모셨다. 지장신앙이 점차 천장(天藏) · 지장(地藏) · 지지(地持) 보살의 삼장신앙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탱화로까지 표출된 드문 작품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그밖에 지장전 뒤편에 있는 원통전의 외벽 벽화가 눈에 띈다. 물감이 마른 지 얼마 안 돼 뵈는, 20세기 후반이 창조해낸 현대화된 벽화이다. 용(龍)이 떠받치고 칼 든 신장이 외호하는 반야용선에 농부와 학생, 노(勞) · 사(使)가 지혜의 상징으로 표출되는 문수동자를 앞세우고 함께 어우러져 세파를 건너가고 있다.

 

민중미술의 걸개그림 같은 이 벽화가 탄생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이 향하는 세계는 어디일까. 이 땅의 중생과 고락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부처의 본래 정신이고, 그들을 안도케 하는 정토(淨土)일 것이다. 보광사가 폭넓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하는 모습을 이 벽화에서 만난다.

 

<대웅보전>

대웅보전을 마지막 중창한 기록은 『조선사찰사료』에 있다. 1896년(고종 33)에서 1901년(고종 38) 사이에 중창했다고 전해져 지금의 건물은 이때 매만져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궁중의 여인네들이 불사에 동참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높게 쌓은 석축기단 위에 서향으로 앉은 대웅보전은 다포계 양식의 겹처마 팔작집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에 기품이 장중한 건물로 마당 건너 만세루와 마주보고 있다.

주춧돌에 맞춰 자연스럽게 깎아 세운 배흘림기둥, 그 위에 안초공1)을 두어 창방과 평방 머리를 감싸고 있으며, 공포 밖으로 나온 쇠서에는 활짝 핀 연꽃과 봉오리를 조각했다. 정면 한가운데 영조대왕의 친필로 알려진 ‘大雄寶殿’(대웅보전) 편액이 기교 없이 단아하고 강건하다.

 

퇴색된 단청도 고스란히 남아 정감이 가고, 법당 외벽의 벽화를 보면 더욱 친근감이 든다.

법당 외벽을 여느 전각과 달리 흙벽이 아닌 목판으로 대고 벽화를 그렸는데, 그림 수법이나 내용이 여느 벽화에서 보기 드문 부처님 전생담과 연화장 세계이고 약간의 민화풍마저 풍기고 있는 것이다. 법당 북쪽의 외벽 한 면에는 3명의 남자가 수월관음과 동자가 있는 통바위를 힘겹게 지고 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고, 뒷벽의 한 면에는 화려한 연지(蓮池)가 펼쳐져 있다.

노승인 듯 동승인 듯 연꽃 속에서 피어나와 부처님께 합장하는 사람들은 심청이가 환생하듯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사람들이다.

그 위엔 칠보로 장엄한 보궁(寶宮)이 떠 있으니 불보살은 필시 중생구제의 발원으로 내려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뒷벽 다른 한 면에도 간간이 용과 신장, 호랑이와 파도가 보이는 등 옛 민화풍이 스며든 주목할 만한 벽화가 있다.

 

이토록 대웅전은 여느 전각과는 달리 널판으로 벽을 만들고 민화풍의 벽화를 그렸다.

 

법당 안에는 삼존불을 위시해 총 다섯 구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중앙의 삼존불 중 본존불은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삼존불 좌우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상으로 보이는 보살상이 자리해 있다.

 

1898년(고종 35) 대웅보전이 중창되던 때 조성된 본존불 후불탱화 영산회상도와 치성광여래삼존탱을 감상해볼 만하고, 여느 절에서는 보기 드문 화조화(花鳥畵)·초충도(草蟲圖)가 동양화풍으로 그려진 법당 안의 천장그림도 특별하다. 대웅보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3호이다.

 

보광사 경내 한편에 있는 약수는 유달리 물맛이 좋아 멀리서도 약수를 떠 가려고 찾아올 정도이다. 보광사를 들른다면 꼭 한 잔 마셔보길 권한다.

 

소령원은 보광사 입구에서 광탄·마장으로 난 67번 시도로를 따라 약 3㎞ 정도 가면 길 오른쪽에 기산리로 가는 4번 시도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약 1㎞ 정도 가면 길 왼쪽에 영조의 후궁 정빈 이씨의 묘인 수길원과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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