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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남

거제 장사도

by phd100 2021. 9. 13.

 

장사도(長蛇島)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장사도. 장사도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1.5㎞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엄연한 통영의 섬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제도에서 남쪽으로 약 3㎞ 떨어져 거제도에서 가는 편이 수월하다. 통영과 거제 사이에 끼여 새우등이 터지는 바람에 장사도해상공원 개장이 늦어졌다.

 

거제 가배항에서 장사도행 유람선에 올랐다. 갈매기들이 갈매기밥인 새우깡을 받아 먹기 위해유람선을 졸졸 따라온다.

배에 오른 지 30여분이 채 못 되어 장사도에 도착한다. ‘까멜리아’를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멜리아(camellia)는 동백, 여기는 동백섬이다. 입구 선착장 부근의 인어상이 마중을 나온다. 이는 홀로 쓸쓸하게 떠나가는 유람선을 바라보고 있다. 떠나온 바다, 바닷속 누군가를 그리워하는지 모르겠다.

 

‘장사도(長蛇島)’라는 이름은 긴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었다. ‘진뱀이섬’이라고도 불렸다. 오래전에는 ‘늬비섬’ 혹은 ‘잠사도’라고도 불리었다. ‘늬비’란 누에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일제강점기에 한 공무원이 섬 이름을 등록하며 ‘누에 잠(蠶)’이 어렵자 ‘길 장(長)’을 붙이는 바람에 장사도가 됐다는 말이 전해진다. 누에가 뱀이 되었으니 세상에 이만한 변신이 또 있을까.

 

장사도에는 구실잣밤나무, 까마귀족나무, 소사나무, 돈나무, 다정큼나무, 후피향나무, 광나무를 비롯해 1천여 종의 희귀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래도 으뜸은 역시 동백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섬의 붉은 동백이 눈부시다. 기름기를 머금은 동백 잎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아침 일찍 일어난 누군가가 일일이 닦아놓은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이다. 장사도에는 동백이 10만 그루가 넘는다.

장사도 자생 동백의 특징은 크기가 크지 않고 옆으로 퍼져 있다는 점이다. 섬 주민들이 동백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강한 바닷바람에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숙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동백꽃은 겨울의 끝자락에 피어 봄의 첫 자락을 연다. 아무도 없는 장사도 분교 텅 빈 교실에서 시인 김양수의 '동백꽃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대 사는 일로 몹시 춥거든/칼바람 속에서 꽃망울을 맺는 날/마음의 먼지와 때를 닦고/기다림이란 꽃말을 지닌/저를 만나러 오세요/그대 홀로 외롭거든/외딴 곳에서 그리움에 겨워 동백 피는 날/애타는 사랑이란 이름도 가진/저를 보러 남녘으로 오세요.'

 

장사도 해상공원은 뱀이 똬리를 틀듯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구경하도록 잘 꾸며졌다. 미인도 전망대에는 여인상이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전망대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소지도, 또 다른 이름은 미인도이다. 오똑한 콧날, 볼록한 가슴, 접은 무릎까지 섬은 여인을 많이 닮았고, 여인상은 섬을 닮았다.

 

장사도의 또 다른 매력은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소덕도, 대덕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약도, 국도, 소지도…. 어찌 보면 장사도가 육지 같고, 육지 쪽이 꼭 섬 같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 섬 전체가 금연구역이자 청정구역이다. 주민들이 살던 집을 복원한 '섬아기집' 굴뚝에서는 하루 종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 같다.

 

공원 측이 꼽는 장사도 관광의 백미는 60m 길이의 동백터널이다. 바닥에 동백꽃들이 흩어져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야외공연장에서 만난 김정명 작가의 청동으로 만든 큰머리 군상 12작품도 흥미롭다. 성, 만화, 종교 등등을 주제로 한 두상 가운데 ‘책’ 두상이 가장 인기 많다는 사실이 뜻밖이다.

 

다랑논처럼 꾸며진 야외공연장 객석의 맨 위에 오르면 메일로드와 맞닿는다. 여기에 청마 유치환의 '행복'과 여류 시조시인 이영도의 '황혼에 서서'가 앞뒤로 새겨진 시비와 우체통이 놓여 있다.

통영여중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유치환은 홀로 된 이 학교 家政科 교사 이영도를 사랑해 매일같이 연서를 보내 구애했다. 청마는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이영도 시인은 유치환에게 받은 5천여 통의 편지 중 200여 통을 추려 서간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냈다. 이제 하나의 시비가 되어 늘 같이 있게 되었으니 두 사람은 행복할까. 장사도에 오니 자꾸 사랑, 사랑이 생각난다.

 

장사도는 전체 39만㎡ 가운데 현재 9만 8천㎡만 개발됐다니 앞으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계속할 것 같다. 지나친 개발보다는 지금처럼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멋진 모습이면 좋겠다. 근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사도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쉽다.

 

장사도해상공원 관광의 가장 아쉬운 점은 짧은 체류시간이다. 현재 장사도 관광은 타고 온 유람선을 그대로 타고 나가야 하기에 2시간만 주어진다. 그리 넓은 섬은 아니지만, 특히나 노약자의 경우 배 출항 시간에 맞추느라 제대로 구경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장사도해상공원 측은 유람선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히지만 무엇보다 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카페테리아에서 차 한 잔, '누비하우스'에서 깔끔한 멍게비빔밥과 성게미역국을 느긋하게 맛보고 가면 좋겠다. 사랑의 섬 장사도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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