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越松亭)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바다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나지막한 소나무 숲 사이에 우뚝 솟은 정자 한 채가 있다.
누대에 올라서면 배경으로 그윽하게 솔숲이 펼쳐지는데, 멀리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풍경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눈 아래 깔리는 것은 발 밑의 청정한 소나무들이다. 그 솔잎이 바닷바람에 부대끼면서 내는 소리들이 귀를 가득 적신다.
그 너머로 거칠 것 없이 뻗어나가는 바다는 수평선이 따로 없어 그대로 하늘과 맞닿아 있으니, 마치 소나무 구름 위에 둥실 뜬 듯한 기분이 든다.
월송정(越松亭)은 ‘月松亭’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신라의 영랑 · 술랑 · 남속 · 안양 네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겨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월송정이 처음 세워진 고려 때에는 경치를 감상하는 정자로서가 아니라 왜구의 침입을 살피는 망루로서 세워졌다.
그러다가 왜구의 침입이 잠잠해진 조선 중기에 중종반정의 공신이었던 박원종이 관찰사로 와서 이곳을 정자로서 중건하였고, 이후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면서 뛰어난 풍광으로 사랑받았다. 겸재 정선도 ‘월송정’ 그림을 멋들어지게 그려냈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광이 모든 근심을 씻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1906년에 영덕에서 의병을 일으킨 평민 의병장 신돌석은 소년 시절에 이곳에 와서
“누대에 오른 나그네 갈 길을 잃고 / 잎이 진 나무로 덮인 강토를 탄식한다 / 남자 나이 열네 살에 무엇을 이루었는가 / 가을 바람 비껴 감개에 젖는다”고 읊었으니,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랬던 곳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퇴락한 건물은 1933년에 다시 중건되었으나 일제 말기에 미군 폭격기의 목표가 된다 하여 일본 해군이 그나마 아예 헐어버렸다.
1969년에야 그 자리에 건물을 다시 세웠으나 정자라기보다는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전망대식의 현대적인 건물이라 1980년에 헐어버리고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세운 것이다.
좋은 풍광을 누리는 곳에 세워진 까닭에 눈에 잘 띄기도 하지만 그만큼 곡절도 많은 셈이다.
전에는 바로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 경계표지들이 있고, 밤에는 송림 너머 바닷가에 나가기가 어려웠으나 지금은 가능하다. 이 울창한 송림 가까이에는 백사장이 4㎞나 이어진 구산해수욕장이 있으니 월송정에서는 바람을, 구산해수욕장에서는 파도와 물살을 이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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