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기
안성 바우덕이 일화
by phd100
2021. 3. 10.
<경기 안성>
바우덕이 일화
바우덕이의 본명은 김암덕 혹은 박우덕이라고 하며 5세에 남사당에 들어가 15세에 꼭두쇠가 되었다고 한다.
바우덕이는 꼭두쇠로 뛰어난 기량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미모 또한 빼어나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바우덕이는 소고에 능했으며 경복궁 중건 때 뽑혀서 소고와 선소리를 하였다고 한다. 대원군은 일꾼들의 신명을 돋우는 그녀의 예술성을 칭찬하고 옥관자를 하사하였다.
안성 지방에 한 부유한 양반 가문이 있었는데 이 집안에는 근동에 악명이 자자한 난봉꾼 외아들이 있었다. 천성이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데다가 집안이 풍족하여 씀씀이가 헤프다 보니 근방의 한량들이 모두 다 그를 따라다녔다. 집안에서는 늦게 얻은 아들의 이러한 좋지 못한 행실이 큰 골칫거리였으나 아무리 타이르고 꾸짖어도 말을 듣지 않으니 부모의 시름은 커져만 갔다.
어느 날 도령은 저자거리에 구경을 나섰다가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남사당패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놀음판을 벌리는 것을 보았다.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에 도대체 무슨 놀이가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호기심에 구경꾼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도령은 줄을 타는 바우덕이의 자태를 보고 첫눈에 넋이 나가고 만다.
놀이가 끝난 후 도령은 마을을 나가는 남사당패를 쫓아가 줄을 타던 이를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조르지만 무리의 꼭두쇠는 그 아이는 돈을 받고 놀음을 파는 아이라며 맨입으로는 만나게 해 줄 수 없다고 매정하게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도령은 가지고 있던 돈을 전부 털어 남사당패에게 주고는 자정 무렵 한식 경 정도만 같이 있을 수 있다는 허락을 얻어낸다.
이날부터 도령은 매일매일 가진 돈을 털어 남사당패의 꼭두쇠에게 쥐어주고 밤마다 바우덕이를 만난다. 바우덕이는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소리도 잘하고 재치도 있으며 농지꺼리도 잘하고 희롱짓도 서슴없이 받아주는 여자였다.
그러나 정작 서로 수작을 부리다가 관계를 맺으려 하면 어김없이 몸을 빼어 시간이 다 되었다는 핑계로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여지껏 단 한 번도 욕심낸 여자를 품지 못한 적이 없었던 도령은 점점 더 몸이 달아 바우덕이의 치마폭에 점점 더 많은 돈을 갖다 바치게 되었으나 바우덕이는 여전히 도령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 날 도령은 바우덕이에게 도대체 어찌하면 너를 품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바우덕이는 정색을 하고 대답하기를 자신은 천출이라 어려서부터 양반들에게 많은 설움을 당하며 살았으니 나를 첩이 아니라 정실로 맞는다면 몸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이것만은 제 아무리 바우덕이를 탐내는 도령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도령이 난색을 보이자마자 바우덕이는 내가 비록 재주를 팔아 연명하는 천한 계집이지만 나를 한 때의 유흥거리로 생각하는 남정네와는 더 이상 상종할 수 없다며 매서운 기세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것이었다.
당황한 도령은 그 치맛자락을 붙잡고 그것은 천하없어도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 그것 말고 다른 것이라면 무엇이든 듣겠다 하였다.
그러자 바우덕이는 짐짓 노기를 풀고 말하기를, 내 들으니 양반 가문의 안주인에게는 대대로 전해지는 보물이 한 가지 있다고 하니 그것을 가져다 주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양반댁 며느리가 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도령은 며칠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집안의 안주인에게 전해지는 오래된 옥가락지를 훔치고 만다.
옥가락지가 없어진 사실에 집안은 발칵 뒤집히고, 엉뚱한 행랑채 계집종 하나가 옥가락지를 훔친 누명을 쓰고 모진 매를 맞고 죽는다. 도령은 자신의 탐욕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죽어 나가자 당혹감을 금하지 못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반드시 바우덕이를 품고 말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바우덕이와 남사당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온 도령은 밤마다 방문 밖에서 흐느껴 우는 여자의 곡성에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결국 도령은 부모에게 자신이 바우덕이에게 눈이 멀어 어머니의 옥가락지를 훔친 사실을 이실직고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밤마다 곡성)은 자식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한 부모의 꾀였다. 도령은 그제서야 자신의 허물을 깨닫고 멀리간 바우덕이를 찾아 바우덕이에게 깊이 사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