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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강원

철원 한탄강주상절리 잔도

by phd100 2022. 2. 13.

 

 

강원도 철원(鐵原)

6.25 당시 ‘철의 3각지대'로 쇠와 인연이 깊은 철원은 글자 그대로 쇠벌이다. 백제의 수도였던 소부리(所夫里)가 소ᄇᆞᄅ에서 →서울이듯이, 또 신라의 수도 서라벌이 서벌→ 서울이듯이, 그리고 고려의 수도인 개성, 즉 송악(松岳)이 솔부리→소블→ 서울이듯이, 후고구려의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수도인 철원 역시 쇠벌→서벌→서울이 된다.

신철원의 남동쪽에는 궁예가 왕건의 군사에게 포위당하자 대성통곡하며, 울었다는 명성산(鳴聲山)을 비롯하여 '어수정' 등 궁예의 슬픈 추억을 지닌 이름들이 많다.

또 철원군 어운면 하갈리는 고려 말기에 시석(矢石)을 무릅쓰고 전장터를 누비며 종횡무진, 외적을 물리쳤던 최영 장군이 태어난 곳이라고 구전 (口傳)되기도 한다.

'철혈(鐵血)'의 무장이자 무너져가는 고려의 대들보였던 최영장군이 철원에서 태어난 것도 지명과의 어떤 인연을 생각케 된다.

(최영장군은 충남 홍성군에서 출생하였다는 설도 있다: 홍성군 노은리 참조)

그러나 그보다도 철원은 6·25 당시 피비린내 나는 격전지였으니 금화, 화천과 함께 ‘철의 3각지대'로 불리어 졌던 곳이다. 아군과 적군 간의 공방 10일 동안 빼앗고 뺏기기를 무려 24번. 이름도 애절한 ‘단장의 능선'을 비롯하여 ‘저격능선’, ‘백마고지’, ‘피의 능선', '수도고지’, ‘펀치볼’, ‘김일성고지’ 등 쇠와 쇠가 부딪쳤던 전장 터, 즉 쇠벌(철원)이 아니었던가. 또 경원선 월정역에는 잔해만 남아 있는 녹슨 기관차가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철길은 녹슬고, 철조망도 녹슬고, 철모도 녹슬고, 쇠벌 땅에서 철마가 달리고 싶다고 절규함은 또 무슨 인연이던고, 그러고 양쪽의 총칼은 여전히 빛나고 있으니 모두가 ‘철원'이라는 그 이름 탓이라고 해본다.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

 한탄강은 휴전선 북쪽 땅에서 발원하여 휴전선 남쪽 땅으로 흐르는 강이다. 강과 그 일대는 접경지대로 한동안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었다. 강의 특징은 철원평야가 흐르는 물에 패여 골짜기를 이루고 있어서 강둑이 없는 강으로 평야에서는 강이 보이지 않은 독특한 형태의 강이다.

 이 강을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의 한이 서려 탄식이 나온다고 하여 한탄강으로, 또 다른 이는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이 강을 건너면서 한탄했다 하여 한탄강이라 부른다고 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이 강을 '대탄'이라 표기했듯이 한탄강이란 이름은 "큰여울"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식 표기임이 분명하다. 이제 그곳이 새로운 시대정신과 기후변화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50만 년의 지질 역사를 지닌 한탄강은 2015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202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다.

철원군과 포천군은 시대가 요구하는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관할지역에 121km의 종주 길을 완성하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조성” 사업으로 조성된 78km의 종주길에 지형적으로 단절되었던 철원의 절벽 구간 3.6km의 잔도와 8km의 물윗길이 조성되어있다.

 

- 잔도란 나무 사다리 잔(棧) 자를 써서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을 말한다. 그리고 기후 온난화로 얼음길 유지가 어려운 한탄강에 겨울용 부교를 띄워 조성하던 물윗길(8km)도 태봉대교에서 순담계곡까지 이어짐으로써 12km에 가까운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물윗길)이 완성되었다.

 

철원지역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대표하는 잔도길은 궁예가 도망치며 들렀던 곳이라 드르니로 불리게 되었다는 드리니마을 드리니매표소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길이니 그야말로 궁예길이다. 역사 속 패자로서 정사에서는 잊히고 야사에서는 악행만이 부각되었던 궁예가 관광사업에서는 그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주상절리는 더욱 뚜렷해 보였고 강물은 주상절리까지 그대로 비쳐 더욱 검푸렀으며, 여름에는 양쪽 주상절리 절벽위에는 푸르름이 강물을 에워싸고 있다. 겨울의 한탄강은 뽀얀 눈밭이 강물을 덮고 있으며 간간이 얼음이 둥둥 떠 있는 공간이 강물을 보여주고 있다

 

잔도 트레킹의 시작은 드르니매표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선 데크길 경사가 내려가는 곳이 많아서 걷기가 쉽다. 그리고 햇빛이 등뒤에 비추어주고 있어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역광이 아니라서 좋다.

처음 시작은 파란 하늘 아래 주상절리는 더욱 뚜렷해 보였고 강물은 주상절리까지 그대로 비쳐 더욱 검푸르다.

그런데 시작 1km 정도까지는 경사지 언덕에 붙혀 데크길을 만든 것처럼 볼품없는 경치이다.

곳곳이 이름 붙혀 진 다리는 흔들리는 다리, 꿈쩍도 않은 다리로 골짜기를 건너게 하고, 심심찮게 나타나는 경사진 계단은 잠시 쉬어가게 한다.

 

타원형 스카이 전망대에 와서야 주변경관에 넋을 잃고 만다. 여기부터 순담계곡 매표소까지 주변은 곳곳에서 발을 멈추게 한다.

벼랑에 붙은 잔도길이 이제야 눈에 들어 온다. 순담계곡에서 출발했다면 뒤돌아서 봐야겠지만 드르니에서 출발했으니 그냥 정면으로 바라만 봐도 망막에 영상이 맺힌다. 소요시간은 천천히 걸어서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하늘길이 끝날쯤에는 물윗길 시작점이 저기 아래 굽이굽이 보인다. 물윗길을 계속 걸을려면 아래로 내려가 매표하여 걸을 수 있다.

물윗길은 잔도길과 또 다른 매력이 있어 물 위를 걸으며 한탄강의 물살과 주상절리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있다.

 

 

<참고)>

잔도 걷기를 위해서 승용차로 드르니주차장을 이용한다면 트레킹 후 순담계곡주차장에서 토.일요일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해서 쉽게 다시 드르니주차장으로 올 수 있지만, 평일에는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택시(\8,000-)를 이용해야 한다.

 

'한탄강 물윗길'은 잔도가 끝나는 순담계곡에서 고석정과 은하수교가 있는 송대소를 지나 태봉대교까지 가는 8㎞ 길이의 트레킹 코스다.

강물 위를 걷는 물윗길 2.4㎞와 자갈과 현무암 바위가 널려 있는 강변길 5.6㎞를 걷는 것이다.

 

한탄강은 강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고 고저 차가 심할 뿐 아니라 폭포까지 갖고 있다. 게다가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로 강물은 꽁꽁 얼어붙는다. 궁예의 실책 중 하나가 수로의 역할이 불가능한 한탄강을 끼고 있는 철원을 도읍으로 정함으로써 필수 물자 유통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지닌 한탄강이 여름철에는 래프팅의 중심지로 겨울철에는 얼음 트래킹 코스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기후변화로 얼음길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어지자 한탄강에는 동절기용 부교가 띄워졌다. 물윗길이 조성된 것이다. 새로 개통된 은하수교에서 송대소의 주상절리를 감상하고, 강 위를 걸을 수 있는 S자형 물윗길 부교를 보며 강물 위를 걷을 수 있다.

 

잔도와 물윗길 입장료는 각각 1만 원이며, 표를 사면 입장료마다 5천 원을 철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65세 이상의 입장료는 5천원이며 2천원을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