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천재(山天齋)>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사리에 산천재가 있다. ‘산천(山天)’은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하여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산천재는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산천재는 비록 서너 칸짜리 건물일 뿐이지만, 산천재 마루에 올라 위를 올려다보면 ‘산천재’라는 현판 주위로 ‘농부가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는 그림’, ‘신선들이 소나무 아래서 바둑을 두는 그림’, ‘버드나무 밑에 귀를 씻는 선비와 그 물을 자기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소를 끌고 가는 농부의 그림’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선비의 고장 산청군은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듯 예로부터 품격 높은 고매(古梅)가 많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천재 정원에도 수령 450년, 높이 8m의 매화나무가 봄이 되면 청량한 매화향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남명 조식은 퇴계 못지않은 매화 애호가라서 지리산 자락에 산천재를 짓고 살면서 매화나무를 심고 천왕봉을 바라보며 말년을 보냈는데, 그가 심은 매화나무를 사람들은 ‘남명매(南冥梅)’라고 부른다.
산천재 뜰에 핀 남명매는 품격부터 다르다. 기품이 있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어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선비의 성품을 닮았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듯 남명매는 줄기마다 외과수술을 한 흔적을 보인다. 매화꽃만 보면 그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무 전체를 위아래로 살펴보아야 그때 비로소 나무의 상처, 말라 죽어 가는 부분이 보인다.
나무의 유래는 평생 벼슬과 담을 쌓았던 조식 선생이 61세 되던 1561년에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산천재를 세웠다. 이때 조식 선생은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나무 한 그루를 뜰에 심고 벗을 삼았는데 이 나무가 바로 ‘남명매’이다. 산천재 앞뜰에 뿌리를 내린 남명매는 오늘도 지리산을 바라보며 봄마다 꽃을 피우고 있다.
산천재 북서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峯)이 솟아 있고, 그곳에서 발원한 물이 중산(中山) · 삼장(三壯)으로 흐르다가 양당(兩塘)에서 합쳐져 덕천(德川)을 이루면서 넓은 들판을 여는 곳에 산천재가 자리하고 있다.
偶吟(우음 - 우연히 읊다)
朱點小梅下(주점소매하)
붉은 꽃송이가 달린 매화나무 아래에서
高聲讀帝堯(고성독제요)
큰 소리로 요전(堯傳)을 읽어보네
窓明星斗近(창명성두근)
북두성이 낮아지니 창이 밝아오고
江闊水雲遙(강활수운요)
강물 넓은데 아련히 구름만 떠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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