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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남

산청 단속사지(斷俗寺止) 와 정당매(政堂梅)

by phd100 2015. 5. 19.

<단속사(斷俗寺止)>

지리산 자락의 산청군 단성면 운리에는 고즈넉한 절터가 남아 있다. 신라 경덕왕 때 창건됐다가 정유재란 당시 불에 타 소실된 단속사(斷俗寺) 옛터이다.

 

단속사는 통일신라시대 제35대 왕 경덕왕 때인 736년 신충(信忠)이 창건한 대규모 사찰이다. 조선시대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의 방화로 불에 타 버려 지금은 폐허만 남은 절터에 2개의 삼층석탑(보물 제72호, 제73호)과 당간지주만 쓸쓸하게 서 있다. 경덕왕의 진영(眞影)이 봉안되어 있었고, 솔거가 그린 유마상(維摩像)이 있어 당대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졌던 사찰이었다.

 

안정감 있고 단아한 석탑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예나 다름없이 이곳을 찾는 길손을 반갑게 맞이한다.

 

탑전을 지나 서쪽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우리가 찾는 정당매가 있다. 옆으로는 “정당매 비각”이 낡은 단청을 휘뿌옇게 뒤집어쓴 채 서 있고, 그 뒤로는 청매화 몇 그루가 600여 년을 홀로 지켜온 정당매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앞 다투어 피어 있다.

 

정당매는 꽃받침은 붉은데 잎은 하얗다. 홍매화인지 백매화인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런데 홍매화는 꽃잎도 붉고, 백매화는 꽃받침도 하얀 것인데, 암튼 정당매는 아리송하다.

 

<나무 유래>

산청군 단성면 운리 탑동마을 단속사 터에는 “정당매(政堂梅)”라고 불리는 매화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백매화를 피우는 고매(古梅)인 ‘정당매’는 현존 한국 최고(最古)의 매화 중의 하나이다.

매년 3월이 되면 고결하고도 은은한 향기를 절터 가득 흩뿌리는 정당매는 수령 640년, 나무 높이 3.5m이다.

 

정당매의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가지의 설이 있다. 하나는 강회백이 심은 매화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고사하였는데, 그 후손들이 원래 정당매 옆에 다른 매화나무를 심어 가꾼 것이 오늘날의 정당매가 되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강회백이 심은 매화나무 중의 한 그루가 잘 성장하여 오늘날의 매화나무가 되었다는 설이다. 정당매의 수령을 640년으로 보는 것은 두 번째 설에 입각한 것이다. 첫 번째 설을 택하더라도 수령에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이 매화나무의 나이는 강회백이 소년 시절 단속사에서 글을 읽을 때에 심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 시기를 통정공의 나이 12세 때로 보아 1372년에 식재되었다고 한다면 2015년 현재의 수령은 645년이 된다.

 

정당매는 통정공 강회백(通亭公 姜淮佰, 1357~1402) 선생과 통계공 강회중(通溪公 姜淮仲) 형제가 사월리(沙月里) 오룡(五龍)골에서 출생하여 유년 시절 지리산 자락 신라 고찰 단속사에서 수학할 때 심은 나무이다. 나무를 심은 시기는 1372년경으로 추정된다.

 

강회백은 훗날 그의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 겸 대사헌에 이르렀기에, 후세 사람들과 사찰의 스님들이 이 매화나무를 ‘정당매’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당매의 나무줄기는 본래 3개였으나 이 중 두 줄기는 고사하여 윗부분을 잘라 냈고, 지금은 원뿌리 주위에서 돋아난 3개의 곁가지가 자라나 4줄기가 되었다. 수세(樹勢)가 몹시 약해진 상태이며, 1999년에 고사한 줄기에 외과수술을 하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나무는 매우 허약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