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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남

장흥 억불산(億佛山)

by phd100 2015. 7. 16.

장흥읍과 안양면, 용산면에 걸쳐 솟은 해발 518m의 억불산은 1750년대 초반에 제작된 <해동지도>에 억불산봉(億佛山峰)과 억불산봉수(億佛山烽燧)가 표기되어 있는 산이다.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는 산세가 부처가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의 압권은 말레길이다. ‘말레’는 대청이나 마루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정상까지 나무데크로 조성된 약 3.8㎞의 산행길은 부처가 서있는 것 같은 기암괴석을 지그재그로 휘돌아 나가며 탁 트인 하늘로 걸음을 안내한다.

말레길에는 여느 나무데크와 달리 계단이 없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등반할 수 있도록 정상까지 완만하게 설계됐다.

계단이 없어 밀어주는 이가 있으면 휠체어도 거뜬히 오를 만큼 안정적인 코스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30분이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해발 518m의 억불산(億佛山)은 육지 쪽으로 돌아보면 장흥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바다 쪽으로 멀리 보면 보성군, 고흥군, 완도군이 지척이다. 높진 않지만 주변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내려오는 길엔 편백소금집에 들러서 찜질도 괜찮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향과 국내산 천일염을 이용한 피부질환 치유공간이다. 간단히 말해 도심의 넓은 찜질방을 닮았는데, 목욕탕을 샤워실이 대신하고 있다.

 

억불산의 기암괴석 가운데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산중턱에 올라앉아 있는 며느리바위로 메누리바위라고도 일컫는다. 어린아이를 업은 아낙네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에는 강원도 태백의 황지의 전설과 비슷한, 며느리와 시아버지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옛적 마음씨 곱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며느리와는 반대로 시아버지는 지독한 자린고비였다.

 

어느 날 탁발승이 이 집에 와서 시주를 청하자 시아버지는 똥을 한 바가지 퍼서 대사의 몸에다 붓고는 "저기 쌀통에서 한 번만 퍼가시오" 라고 했다. 그 쌀통은 한 손이 겨우 들어가서 쌀 서너 알밖에 퍼가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이를 보던 며느리는 시아버지 몰래 탁발승에게 밥과 쌀을 주었다. 탁발승은 며느리에게 '모일 모시에 천둥이 치고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질 테니 뒷산으로 피하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일렀다.

 

며칠 후 천둥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아들을 업고 뒷산으로 피하던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애절하게 부르짖는 소리에 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며느리는 돌로 굳어져 며느리바위가 되었고 마을은 물바다로 변했다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