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금당터와 거북받침 둘
금당터에서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지대석과 하대석만 남은 석등을 앞에 거느린 건물터 하나와 거북받침[龜趺] 둘이 지키는 빈터가 나온다.
흔히 서금당터라고 말한다. 한 절에 금당이 둘씩이나 있을 수도 없으려니와 양옆으로 탑비가 둘이나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보더라도 여기 있던 건물을 금당이라 부르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저 편의상 그렇게 부를 뿐이다. 건물터에는 정면 양옆으로 나뉘어놓였던 돌계단의 나지막한 소맷돌, 정면 3칸 측면 2칸의 크지 않은 집채를 받쳤을 네모진 주춧돌, 불상이 자리 잡았던 지대석, 여기저기 허물어진 기단의 일부가 드러나 있다.
동향한 건물터의 양옆, 그러니까 남과 북에 하나씩 웅크리고 있는 거북받침이 구경거리다. 둘 다 지고 있던 비머리[螭首]와 몸돌[碑身]은 잃어버린 빈 몸인데, 하나는 자세가 좋고 다른 하나는 무늬가 볼 만하다.
남쪽의 거북받침은 처음부터 새김이 깊지 않았던 듯 거북 등이나 비를 꽂았던 비좌(碑座)의 무늬가 거의 닳아버려 희미하다.
그러나 튼실한 목을 쭈욱 뽑아 가볍게 하늘을 향한 품은 힘차고, 여의주가 훤히 보이도록 벌린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우렁찬 소리가 터져오를 듯하다.
바람결이라도 가르는지 귀에 덮인 털들은 뒤쪽으로 쏠려 있고, 살짝 옆으로 비튼 네 발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역연하여 운동감이 느껴진다.
서로 짝을 맞추려고 했는지 북쪽의 거북받침은 남쪽 것에 비겨 얌전하고 정적이다. 옆에서 보면 고개도 약간 아래로 향하고 있고, 네 발의 발톱도 순하다. 등도 더 두툼하여 경주라도 할라치면 남쪽 것을 따라잡기는 아예 힘들 듯하다.
하지만 등줄기가 반듯이 선 등에는 여섯 모 난 귀갑문이 선명한데, 그 위로 구름이 꽃처럼 피어나기도 하고 긴 꼬리를 끌며 흘러가기도 한다. 아마 구름 위에 둥실 떠 있는 거북인가 보다. 비좌의 양옆에는 지느러미가 요란한 물고기를 두 마리씩 도드라지게 새겼다.
한쪽은 서로 꼬리를 물고 돌고 있고, 다른 쪽은 입을 벌려 연꽃봉오리인지를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다. 입체감이 꽤 뚜렷하다. 거북받침 둘이 함께 보물 제4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서금당터) 북쪽 돌거북 비좌에는 새겨진 두 마리의 물고기 조각문양으로 거북받침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 말고도 영암사터에는 유적이 더 있다. 금당터 북편에도 구들이 놓인 집터가 묵은 밭 속에 잠들어 있다.
또 절터에서 서쪽으로 1.5㎞쯤 떨어진 산 속에는 상륜부와 몸돌만이 없는 부도의 석재가 흩어져 있다. 적연국사의 부도로 추정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절터 주변에는 불상의 대좌, 석조(石槽) 따위 석물들이 적잖이 박혀 있다. 이들이 제대로 정리된다면 영암사터는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볼거리, 이야깃감을 갖게 될 것이다. 영암사터 전체는 사적 제131호로 지정되어 있다.
3. 영암사(靈岩寺)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경남 합천의 명산 황매산 아래 위치한 사적 제131호인 영암사지 옆에 새로 세운 절집이다.
본전인 극락보전(極樂寶殿)과 삼층석탑, 범종각이 있으며 지금도 불사중인 절집이다.
극락보전은 장대하고 웅장한 석축 위에 세워졌고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본뜬 삼층석탑이 극락보전 앞을 지키고 있다.
바로 옆에는 사적 제131호인 영암사지(靈岩寺址)가 있으며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485호)과 쌍사자석등(보물 제353호), 귀부(보물 제489호)가 남아 있다.
법당 석축 기단엔 연꽃문양을 화강암에 세겨 놓았다. 그리고 모서리 네곳에는 모두 거북과 연꽃을 만들어놓았다. 그 석조외에 석등과 탑. 그리고 정면엔 용도 두마리 있는데 아주 멋들어지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영암사의 최고걸작은 법당의 문살 인것 같다. 오래된 것 같지는 않지만 옛것을 찾아 멋지게 만들었다.
문살은 한장의 그림이다. 산수화 같기도하고, 물과 바위, 새와 구름, 그리고 곧게 쭉 뻗어있는 대나무, 정말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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