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矢方)마을과 이수도(利水島)
경남 거제시의 장목면 시방리에는 이수도로 가는 작은 어항이 있다. 건너편 이수도가 유명해서 시방마을은 어선이나 섬으로 가는 작은 포구 정도로 관심이 별로 없다.
이수도와 마주해 있는 이 언덕 마을은 시방(矢方) 흔히 '살방'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활을 쏘는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1769년에 연초면 이물도방(利勿島坊)이었으나 1909년에는 장목면 시방리(矢方里)에 속하게 되었다.
현재는 장목면이 관할하는 행정리이자 자연마을이다. 이수도에는 신석기 후기단계에 속하는 이수도패총(利水島貝塚)이 있다.
이수도의 본토쪽으로 뻗은 반도와 북쪽의 만입부에는 사빈이 발달했으며, 그 외의 해안에는 암석해안이 발달했다. 대부분 구릉지로 이루어져있다.
과거 바닷물이 좋은 섬이라는 뜻으로 이물도(利勿島) 혹은 이물섬이라고도 불렀다. 현재는 '물(勿)' 자를 '수(水)' 자로 바꾸어 이수도(利水島)가 되었다.
향토지에 의하면 '학섬'이라고도 불렀는데, 이유는 섬의 모양이 학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구총수』에 청하면(淸河面) 이물도리(利勿島里)라는 기록이 있으며, 『해동지도』에는 '이물도(利勿島)'라는 옛 지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시방마을과 이수도의 전설>
이처럼 이수도와 시방은 학과 활의 모양을 하고 있어 풍수지리로 볼 때 서로 겨누고, 막아야만 하는 운명속에 놓여 있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지금도 두 곳을 이야기할 때면 으레 비석에 얽힌 사연부터 등장한다.
이야기는 조선 말엽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수도는 주변이 황금어장이고, 물도 풍부하여 시방마을보다 훨씬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건너 마을 시방에 비해 고기도 덜 잡히고 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여건을 보자면 이수도가 더 잘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자 이수도 사람들이 시방을 질시했고 시방보다 잘 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때마침 풍수지리에 능한 도사가 나타나 말하기를 이수도의 학이 시방의 화살에 맞아 죽는 형국이라 방패에 해당하는 비석을 세워 막으면 잘 살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그 말대로 이수도 사람들은 시방의 화살을 막는 방시순석(防矢盾石)을 마을 뒷산에 세웠다.(盾: 방패순)
방시순석(防矢盾石)
그러자 정말 이수도는 부자가 되었고, 이번에는 시방 마을이 쇠락해져 가는 것이었다.
이수도에 비석이 서고부터 시방이 가난해졌다 하여 시방사람들은 이수도의 비석을 부수려 했으나 이수도 사람들이 시방 사람들을 섬에 얼씬도 못하게 막았다.
그동안 다정하게 지내오던 두 마을은 이때부터 원수지간이 되었다.
고심 끝에 시방에서는 이수도의 비석을 뚫을 수 있는 쇠 화살을 쏜다는 뜻의 비석을 세웠다. 이것이 지금도 남아 있는 방시만노석(放矢萬弩石)이다. '만노'란 쇠로 된 화살을 말한다.(放: 놓을. 쏠 ‘방’. 弩: 쇠‘노’. 萬:클‘만’) 이렇게 되자 처지는 다시 바뀌었다.
방시만노석(放矢萬弩石)
이렇게 되자 이수도에서는 다시 어장이 폐허가 되었다.
결국 이수도에서는 쇠화살을 막을 방시만노순석(防矢萬弩盾石)을 원래의 방시순석(防矢盾石)위에 덧세웠다.
방시만노순석(防矢萬弩盾石)
이후, 더 이상 어리석은 싸움을 뒤풀이 하지 않으려는 일단의 깨우침과 함께 화해가 이루러져 오랜 분쟁은 일단락 되었다.
<지금의 시방마을과 이수도>
일제강점기에 이수도에는 일본인의 어장이 생겨, 시방마을보다 마산, 진해, 부산으로 가는 뱃길이 가까워 번성을 누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거제도가 거제대교에 의해 육지로 연결되면서 시방 마을의 교통편이 더욱 편해져 이번에는 시방이 더욱 잘 살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구의 대부분을 잡은 어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수도는 어장에서 대구가 거의 잡히지 않게 되어 소득원이 끊어지고, 마을은 초라한 마을로 변하고 있다.
지금은 거가대로 개통으로 이수도와 시방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대구를 포함한 물고기가 잘 잡히며, 펜션과 숙박시설이 좋아져 살기 좋은 이수도와 시방마을이 되었다.
시방에서 배를 타고 이수도로 들어가 아기자기한 이수도 둘레 길을 걷고 있으면(1시간30분 소요) 바다를 다 품은 것처럼 시원하고, 가슴이 확 트이는 힐링이 될 수 있다. 부산, 김해에서 알찬 하루 코스의 여행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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