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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사찰 & 함께 가고 싶은 곳

불교전설24

<가야산·백련암> 백련선사와 호랑이 백련선사와 호랑이 살을 에는 듯한 세찬 바람에 나무들이 윙윙 울어대고 눈보라마저 휘몰아치는 몹시 추운 겨울밤. 칠흑 어둠을 헤치고 한 스님이 해인사 큰절에서 백련암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허허, 날씨가 매우 사납구나.』 한 손으로는 바위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나무를 잡으며 신중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스님의 법명은 백련선사. 스님은 가야산 깊은 골에 외따로 암자를 세워 자신의 법명을 붙여 백련암이라 칭하고 동자 하나를 데리고 수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스님이 암자를 비우면 어린 동자가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홀로 암자를 지켰다. 오늘도 큰 절에서 주무시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스님은 막무가내였다. 사방이 어둠에 싸인 산길을 걷는 스님의 발길은 험한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무겁기 만 하다. 잠시 서서 숨을 .. 2021. 4. 4.
<경남·창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옛날 신라의 진산으로 알려진 백월산(지금의 경남 창원 북면 소재)아래 자리한 어느 마을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란 두 청년 선비가 살고 있었다. 풍채가 좋고 골격이 범상치 않은 두 청년은 속세를 초월한 높은 이상을 지닌 좋은 친구였다. 이들이 20세가 되던 어느 가을날. 두 사람은 백월산에 올라 먼 산에 곱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이때 부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보게, 우리가 이렇게 평범한 생활에 만족하여 지낼 수가 없지 않은가.』 『자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나도 동감일세.』 두 청년은 그날 함께 출가할 것을 결심, 그 길로 마을 밖 작은 절에 가서 머리 깎고 스님이 되었다. 그 후 부득은 회진암에, 박박은 유리광사에 각각 터를 잡은 뒤 밭을 일구며 정.. 2021. 4. 4.
<화성·홍법사>홍랑각시의 영험 홍랑각시의 영험 『아니 중국 천자는 자기 나라에 여자가 없어서 조선으로 여자를 구하러 보냈나.』 『다 속국인 탓이지요.』 『아무리 속국이기로서니 조정에서 이렇게 쩔쩔매니 장차 나라 꼴이 큰일이구려.』 『자, 이렇게 모여 있을 것이 아니라 어서 여자들을 피신시킵시다.』 『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누구네 집에 어떤 딸이 있는지 다 알고 있을 텐데.』 신통한 묘책이 없어 수심에 잠겨 있는 마을 사람들 앞에 드디어 관원들이 나타났다. 육모방망이를 든 포졸들을 앞세우고 외쳤다. 『얘들아, 마을을 샅샅이 뒤져 젊은 여자를 모조리 잡아 끌어내라.』 포졸들에게 끌려 나오는 여인들의 치마는 땅에 끌렸으며, 강제로 허리를 껴안고 나오는 포졸들의 입은 헤벌려 있었다. 마을에서 자색이 뛰어난 홍만석의 딸 홍랑 역시 발버둥.. 2021. 4. 4.
<이천·영월암>나옹스님의 孝心 나옹스님의 孝心 지금으로부터 6백여 년 전, 고려의 유명한 스님 나옹화상(1320∼1376)은 춘설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길을 시자도 없이 혼자 걷고 있었다. 지금의 양주 땅 회암사에서 설법을 마치고 이천 영월암이 있는 설봉산 기슭을 오르는 스님의 발길은 찌뿌듯한 날씨처럼 무겁기만 했다. 이때였다. 어디선가 가까이서 울리는 요령소리가 스님의 귓전을 울렸다. 『허, 또 누가 이생을 하직한 게로군.』 자신의 출가 당시 화두였던 사람이 오고 가는 생사의 도리를 되뇌이면서 막 산모퉁이를 돌아서려던 나옹 스님은 초라한 장의 행렬과 마주쳤다. 상여는 물론 상주도 없이 늙수구레한 영감이 요령을 흔들며 상엿소리를 구슬피 소리하며, 그 뒤엔 장정 하나가 지게에 관을 메고 무거운 듯 힘겹게 걷고 있었다. 바로 뒤엔 두 명의.. 2021. 4. 1.
<경기 연천>재인폭포 설화 재인폭포 설화 경기도 연천 고을에, 신관 사또가 부임하는 족족 다음 날 아침에 폭포에 빠져 익사한 채로 발견되는 일이 벌어진다. 흉흉한 소문이 퍼지자 아무도 그 고을의 사또로 부임하지 않으려 하는 와중에, 그해 장원에 급제한 젊은 선비가 특별히 임금의 명을 받고 신관 사또로 부임해 온다. 부임한 첫날 밤에 불을 켜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또의 앞에 소복을 한 원귀가 나타난다. 원귀는 피눈물을 흘리며 자꾸만 폭포 쪽을 가리켜 보이다가 닭이 울자 사라졌다. 분명히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사또는 다음날 사람을 시켜 폭포 밑을 뒤지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 속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나왔다. 여자는 소복 차림에 쪽진머리를 하고 있었다. 사또는 여인이 폭포 위에서 발을 헛디뎌 죽은 것으로 생각하.. 2021. 4. 1.
<시흥·호압사>삼성산의 신비 삼성산의 신비 『음, 또 무너졌구나.』 한양에 궁궐을 건설하기 시작한 태조 이성계는 이제 절망적이었다. 기둥을 세우고 집을 완성해 놓으면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버리기가 벌써 여러 차례. 그러나 태조는 일을 중단치 않았다. 『나라 안에서 이름난 대목들을 모두 뽑아 오너라.』 태조가 영을 내리자 방방곡곡에서 유명한 장인은 모두 한양 대궐 짓는 곳으로 모였다. 몇 번이나 짓기에 실패한 대궐이기에 장인들은 심혈을 기울여 일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성도 아랑곳없이 대궐은 또 무너졌다. 태조는 울화가 치밀었다. 『저 꾸물거리는 대목장이를 이리 불러오너라.』 왕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대목장이는 태조 앞에 나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네 이놈 듣거라!』 『황공하옵니다, 상감마마.』 『어찌하여 일을 게을리 하는지 연유를 .. 2021. 3. 7.
<수원·용주사>正祖의 독백 正祖의 독백 「백성들에게는 효를 강조하는 왕으로서 내 아버님께는 효도 한 번 못하다니….」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는 부친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이 늘 가슴 아팠다. 왕세손이었던 정조 나이 11세 때, 할아버지 영조는 불호령을 내렸다. 『어서 뒤주 속에 넣지 않고 무얼 주저하느냐?』 어린 왕세손은 울며 아버지의 용서를 빌었으나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영조는 뒤주에 못을 박고 큰 돌을 얹게 한 후 손수 붓을 들어 세자를 폐하고 서인으로 만들어 죽음을 내린다는 교서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8일 후,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어릴 때 목격한 당시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를 때마다 정조는 부친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저승에서나마 왕생극락하시도록 돌봐 드려야.. 2021. 3. 7.
<소요산 자재암>나녀(裸女)의 유혹 나녀(裸女)의 유혹 『이토록 깊은 밤, 폭풍우 속에 여자가 찾아올 리가 없지.』 거센 비바람 속에서 얼핏 여자의 음성을 들었던 원효스님은 자신의 공부를 탓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아직도 여인에 대한 동경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이루기 전에는 결코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 자세를 고쳐 점차 선정에 든 원효스님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거센 빗소리를 분명히 듣는가 하면 자신의 존재마저 아득함을 느꼈다. 「마음, 마음은 무엇일까?」 원효스님은 둘이 아닌 분명한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무서운 내면의 갈등에 휘말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바지직」하고 등잔불이 기름을 튕기며 탔다. 순간 원효스님은 눈을 번적 떴다. 비바람이 토굴 안으로 왈칵 밀려들었다. 밀려오는 폭풍우 소리에 섞여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스님은 .. 2021. 3. 7.
<경기 광주·남한산성> 적장(敵將)의 편지 적장(敵將)의 편지 『여보, 아마 우리에게도 기다리던 아기가 생기려나 봐요.』 『그렇게 되면 오죽이나 좋겠소. 한데 부인에게 무슨 기미라도…』 『간밤 꿈에 웬 스님이 제게 거울을 주시면서 잘 닦아 지니라고 하시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태몽인 것 같아요.』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해 영약이란 영약은 다 먹어 보고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올리던 충남 보은의 김진사댁 부인 박시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남편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한가위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 김진사댁에서는 낭랑한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는 자라면서 남달리 총명하여 다섯 살 되던 해, 벌써 천자문을 마쳤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어느 여름날. 돌이는 서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배가 아.. 2021. 3. 7.
<화성·홍법사>홍랑각시의 영험 홍랑각시의 영험 『아니 중국 천자는 자기 나라에 여자가 없어서 조선으로 여자를 구하러 보냈나.』 『다 속국인 탓이지요.』 『아무리 속국이기로서니 조정에서 이렇게 쩔쩔매니 장차 나라 꼴이 큰일이구려.』 『자, 이렇게 모여 있을 것이 아니라 어서 여자들을 피신시킵시다.』 『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누구네 집에 어떤 딸이 있는지 다 알고 있을 텐데.』 신통한 묘책이 없어 수심에 잠겨 있는 마을 사람들 앞에 드디어 관원들이 나타났다. 육모방망이를 든 포졸들을 앞세우고 외쳤다. 『얘들아, 마을을 샅샅이 뒤져 젊은 여자를 모조리 잡아 끌어내라.』 포졸들에게 끌려 나오는 여인들의 치마는 땅에 끌렸으며, 강제로 허리를 껴안고 나오는 포졸들의 입은 헤벌려 있었다. 마을에서 자색이 뛰어난 홍만석의 딸 홍랑 역시 발버둥.. 2021. 3. 1.
<태백산·정암사>거지 노인과 자장율사 거지 노인과 자장 세연(世緣)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안 자장율사는 강릉에 수다사를 세우고 그곳에 주석하면서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을 한번 더 친견하길 서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스님은 중국 오대산 북대에서 범어계를 주던 범승을 꿈에 만났다. 『스님이 밤에 어인 일이십니까? 밖이 어두우니 안으로 드시지요.』 『내일 밝은 날 대송정(지금의 한송정)에서 만납시다.』 놀라 잠에서 깬 자장 스님은 날이 밝자마자 대송정으로 달려가 문수보살을 염했다. 『자장스님, 잘 찾아오셨군요. 소승은 문수보살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어떤 말씀이지요?』 『태백산 갈반지에서 만나자고 하시더군요.』 『그게 언제쯤인가요?』 『그것은 스님이 선정에 들어 관해 보시면 알 것입니다.』 범승은 작별인사를 할 새도 없이 어느 결엔가.. 2021. 3. 1.
<철원·석대암>까마귀와 뱀의 인과 까마귀와 뱀의 인과 신라시대의 일이다. 강원도 철원 땅 보개산 기슭에 큰 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먹음직스런 배가 가지가 휘도록 열린 어느 해 여름. 까마귀 한 마리가 이 배나무에 앉아 짝을 찾는 듯 「까악 까악」 울어댔다. 배나무 아래에는 포식을 한 독사 한 마리가 매미, 산새소리를 들으며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이때 까마귀가 다른 나무로 날아가려고 나래를 쪽 펴고 바람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주렁주렁 달린 배 한 개가 독사의 머리에 툭 떨어졌다.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뱀은 화가 날대로 났다. 독기가 오른 뱀은 머리를 하늘로 쑥 뽑아 사력을 다해 독을 뿜어냈다. 독기는 까마귀 살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까마귀는 힘이 쑥 빠지면서 온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내가 일부러 배를 떨군 것이 아닌데 저놈의 뱀.. 2021.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