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상암(王相岩)
중국 허난성(河南省) 임주시(林州市) 남태항산(南太行山) 왕상암풍경구(王相岩風景區)에 있는 왕상암은 3300년 전(기원전 1600년) 왕 무정(武丁)과 재상 부열(傅說)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유서 깊은 곳이다. 험준한 산세의 깊은 골짜기에 형성되어 있는 좁은 협곡 사이를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로 절벽에 수직으로 세워진 계단인 마천통제(摩天茼梯: Cylinder Stair, 실린더계단)가 유명하다.
부운정에서 왕상암으로 걸어서 내려가 본다. 아찔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계단이라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스릴은 만점이다.
옥황각을 지나 조금은 완만한 길을 거치면 이 코스의 최고 난이도 나선형 계단이 나타난다. 수직계단이라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는 만큼 체력과 담력을 요구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내려간다면 ’우공이산’의 교훈처럼 성공적으로 왕상암까지 하산할 수 있다.
이곳 관광은 왕상암에서 환산선으로 위로 올라오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환산선 셔틀버스에서 내려 부운정부터 왕상암까지 걸어서 내려간다.
이런 길이 중국이니까 가능한 것인지, 신선들은 이쯤이야 별 것 아닌지, 아무튼 태항산은 여러 가지로 놀랍고 아찔함을 준다.
환산선 종점에서 계단의 끝에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절벽에 첫 번째 건물을 만난다. 두 개의 옥황각(玉皇閣)이다. 둘 중의 하나는 부속건물인 듯하다.
이곳에서 잠깐 서서 한 숨쉬고, 앞을 보면 천애의 낭떠러지와 아래에는 광대한 협곡이 끝없이 펼쳐지고, 나아갈 방향에는 절벽 중간쯤에 파란 기둥을 휘어 감고 있는 나선형 동체 계단이 위용을 뽐내고 서있다.
계속 걷는다. 낭떠러지 바위 사이를 뚫어서 사람 하나 허리를 굽히고 지나갈 수 있는 잔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잔도 옆 쇠 철망 사이로 보이는 전경은 아름답지만 그 곳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을 정도로 아찔하다.
잔도는 바닥만 울퉁불퉁한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바위 옆도 날카롭게 들쑥날쑥하여 자칫 허리를 펴거나 넘어지면 큰일이 날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볼 수 있는 고통을 덜어 주는 서낭당이 있다. 바위 층 사이에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꽂아 두었는데, 허리아픔의 고통을 덜하게 해 준다는 샤머니즘이다.
바위 잔도(棧道)를 따라 한참을 가면 설마 했던 하늘을 만질 수 있는 통, 마천통제(摩天茼梯: 실린더 계단) 앞에 이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순간 가슴이 덜컹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이곳을 통과하느냐, 마느냐는 선택할 여지가 없다. 내려가야 한다.
앞에 나타난 나선형 계단 앞에서는 얘기 소리가 요란하지만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서면 누구나 잠잠하다. 그 누구도 무서워서 앞만 바라보고 빙글거리며 돌고 돌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나무로 만든 바닥이 깨어지고 닳아서 곧 무너질 것 같다.
그러나 아래로는 아름다운 절경이 손짓한다. 그리고 멀리 지나온 절벽 사이로 우리가 지나왔던 바위길 잔도가 실뱀처럼 늘어졌다.
마천통제(摩天茼梯)는 88m에 326개의 계단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오르내리는 계단이다. 왜 하필 나선형이고, 탑높이는 88m 일까?
아래 내려선 왕상암 계곡은 다른 곳과는 달리 푸른 나무들이 울창하여 하늘을 보기 어렵다. 앙천지(仰天池), 월궁동(月宮洞), 무정교(武丁橋)를 지나 왕상촌(王相村)에서 다시 뒤를 돌아보면 장엄한 바위 사이로 마천통제가 통체로 모습을 보인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내려온 암벽바위에 거북이 바위가 보인다. 물에 있어야 할 거북이가 엉금엉금 하늘을 기어간다. 선계(仙界)에서는 하늘과 바다의 분별이 없다. 모두가 한곳에 있다.
● 발에 노예의 족쇄를 찬 부열(傅說)의 동(銅像) 앞에 서서 그의 얘기를 생각한다.
<무정과 부열의 이야기>
부열은 공자보다 약 800년 전의 상(商)나라 재상으로 중국의 첫 번째 성인(聖人)이다.
기원전 1600년경에는 상(商)으로 시작했지만 기원전 13세기경에는 국호를 은(殷)이라고 바꾼다
상(商)나라는 갑골문자를 만들었다. 그 후 은(殷)나라의 성탕(成湯)에서 무정(武丁)까지는 스무 명의 천자가 있었고 여러번 천도를 하였다.
무정(武丁)이 왕이 되면서 밤낮으로 은상(殷商)을 부흥 시킬 것을 꿈꾸었지만 그를 보필할 사람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무정이 꿈속에서 한 성인을 만나서, 그를 찾으니 부험(傅險)에 사는 노예 부열(傅說)이었다.
부열은 신분이 비록 미천하지만 도(道)를 닦으며 큰 공부를 한 사람이었다.
무정은 재상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부열과 더불어 무정중흥(武丁中興) 시대를 펼치면서 가장 번성했던 은(殷)나라를 이루었다.
이곳이 바로 옛날의 무정과 부열이 만나서 서로 문(文)과 무(武)를 나누고, 부열이 노예의 신분으로 왕의 재상이 되어서 왕상암(王相岩)이라 부른 곳이다.
● 부열의 이야기는 ‘묵자’나 ‘여씨춘추’에 기록 되어 있는데, 그곳에는 부열이 무정에게 간하는 세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첫째, 나무는 줄자와 먹에 따라서 자르면 바르게 되고, 임금은 간언하는 말을 잘 듣고 행동하면 성인이 된다.
둘째, 세상에 전해지는 유명한 말은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 어렵다.
셋째, 임금과 신하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부열의 간언이 어찌 옛날만의 이야기겠는가, 오늘날에도 버릴 것이 없는 귀한 교훈일 것이다.
● 왕상암이란 글씨가 새긴 커다란 바위를 지나칠 수 없어 넓은 광장에서 왕상암을 뒤돌아 바라본다. 왕상암이 저녁 햇살에 늘어선 바위들과 함께 부드럽게 빛난다. 이래서 왕상암을 좋은 명당이라 하나보다.
왕상암으로 오르고 내리는 계단이 아득히 바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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