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각(阿娘閣)
영남루 밑 대숲 속에 아랑각이 있다. 아랑각은 아랑전설의 주인공인 아랑의 영정을 모신 사당입니다. 아랑전설은 밀양아리랑과 함께 그것만으로도 밀양을 떠올리게 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지방 사람치고 아랑전설을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죽음으로써 정조를 지킨 아랑을 애도하여 세운 사당이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한 사실은 알 수 없고, 1930년 영남루를 중수하면서 ‘정순아랑지비(貞純阿娘之碑)’라는 비석을 세우고 비각을 지어 아랑각이라 불렀다.
<아랑사>
지금의 아랑사(阿娘祠)는 이전에 영남루을 중수하면서 세운 비각이 낡아 1965년에 헐고 그 자리에 다시 세운 것이다. 아랑사는 맞배지붕의 3칸 사당과 삼문의 정문으로 되어 있다.
사당 안에는 아랑 영정이 걸려 있는데, 이 영정은 1963년 고 육영수여사의 부탁으로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가 그린 것인데, 도난을 염려해서인지 지금은 그림 대신에 사진이 걸려 있다.
<아랑유지비>
아랑사 옆에 1910년에 세운 '아랑유지'(阿娘遺址)란 글자가 새겨진 비가 있다. 이 비가 서 있는 곳에서 아랑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밀양아리랑》도 이 영남루 곁 아랑 비화(悲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밀양아리랑비’는 남천강가에 있는 아랑각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있다.
<아랑전설 요약>
아랑의 본명은 윤동옥(尹東玉)으로서 경상도 밀양부사의 딸이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에게서 자란 미모의 처녀로, 음흉한 유모와 통인(通引:지방 관아의 심부름꾼) 주기(朱旗)가 흉계를 꾸며 어느 날 밤 달 구경 나온 아랑을 욕보이려 하였다. 아랑은 통인에게 결사코 항거하다가 끝내는 칼에 맞아 죽고, 대숲에 버려졌다. 부사는 아랑이 외간 남자와 내통하다 함께 달아난 것으로 알고 벼슬을 사직하였다. 이로부터 밀양에서는 신임 부사마다 부임하는 첫날밤에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어 모두 그 자리를 꺼리게 되었다.
이때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사람이 밀양부사를 자원하여 왔다. 부임 첫날 밤에 나타난 아랑의 원혼에게서 억울한 죽음을 들은 그는 원한을 풀어주기로 약속하였다. 이상사는 곧 백가를 잡아 처형하고 아랑의 주검을 찾아내어 장사지내니 그 뒤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다.
<아랑전설>
지금으로부터 약 4백 년 전 명종 때. 당시 밀양부사에게 아랑이라고 하는, 열아홉 되는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윤정옥(尹貞玉). 그녀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와 같이 있게 되었는데, 그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그런데 밀양부사 밑에서 일을 보고 있던 주기(朱旗)라는 젊은 관노 한 명이 아랑을 연모하는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 많은 돈을 주어 아랑의 유모를 매수하였다.
어느 보름날 저녁, 유모는 아랑에게 달 구경도 할 겸 바람도 쐴 겸 놀러 나가자고 유인하였다. 아랑도 한 번 놀러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차라 쾌히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유모와 함께 영남루로 놀러 나갔다. 그녀가 달빛 어린 영남루를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을 때 유모는 살짝 빠져나갔고, 그 사이에 유모와 미리 짠 관노가 아랑에게 덤벼들었다. 아랑은 죽을힘을 다하여 그 관노에게 반항하였고, 관노는 아랑의 완고한 저항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지 그만 칼로 찔러 죽이고 말았다.
유모와 관노 이 두 사람 외에는 아랑의 죽음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랑의 아버지 윤부사는 아랑의 행방을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상심하여 서울로 돌아갔고, 후임으로 새 밀양부사가 부임해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부임한 부사마다 그 이튿날 아침이 되면 죽어 있었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아무도 밀양부사로 오려 하지 않았다.
그때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듣고 밀양부사를 자원하였다. 나라에서는 밀양부사로 갈 사람이 없어 걱정하고 있었던 차라 쾌히 승낙하였다. 이렇게 하여 새로 부임한 부사는 관노들에게 불 켜는 초를 많이 구해, 들이게 한 후, 밤이 되자 사방이 환하게 촛불을 켜놓고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데, 피투성이인 채로 갈가리 찢어진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한 처녀가 나타나서 부사에게 공손히 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동안 제가 원하는 바를 말씀 드리고자 가까이 다가가면, 부사가 놀라서 죽어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러고 나서 내일 그녀가 나비로 변해 범인의 갓에 앉을 터이니 원한을 갚아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다음 날 부사가 관노들을 모아놓고 부임 인사를 하고 있을 때 간밤에 원혼이 말했던 대로 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서 어느 관노의 갓에 앉았다. 부사는 이 관노를 잡아 문초하여 사실을 자백 받고 벌을 주었고, 또한 아랑의 주검을 찾아내어 후하게 장사지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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