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탄계곡(白石灘溪谷)
경북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에 위치한 계곡.
방호정(조선 광해군 11년에 방호 조준도가 은거하면서 학문연구를 위해 건립한 방호정이 하천 건너편 기암절벽 사이에 우뚝 솟아 있다.)이 있는 신성계곡(薪城溪谷) 북서쪽에 있다. 계곡의 암반이 온통 눈으로 덮인 듯이 하얗고 그 위를 맑은 물이 흐른다. 신성계곡에서 이곳에 이르는 3㎞ 구간이 청송8경 가운데 제1경으로 지정되었다. 옛 선현들이 고기를 낚았던 조어대(釣魚臺)와 고기를 낚다 보면 저절로 시상(詩想)이 떠올랐다는 가사연(歌詞淵)이라는 소(沼)가 유명하다.
신성계곡의 절정은 백석탄이다. 말 그대로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내’다. 냇가엔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깎고 다듬은 흰 바위들이 널려 있다. 희다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돌들이다. 약 7000만 년 전에 이뤄진 화산활동의 결과물로, 용암이 빠르게 흐르다 이처럼 이채로운 모양새로 굳었단다.
백석탄은 지질학적으로 보면 평범한 갯바위의 작은 구멍 안에 조그만 돌멩이가 들어가 파도물살에 따라 돌며 깍아 내어 만들어진 구멍 즉 ‘머린 포트홀(Marine Pothole)’이다. 오랜 세월 흐르는 물로 인해 하천 암반에 생긴 깊은 구멍을 일컫는 용어다. 고와리(高臥里)라는 지명 또한 이곳 풍경을 두고 ‘와 이리 고운가.’라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 인조 때 김한룡(金漢龍)이 고와마을을 개척하고는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서 고계(高溪)라 불렀다고 하며, 1593년(선조 26)에는 고두곡(高斗谷)이란 장수가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부하를 잃고 이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의 상처를 달랜 뒤 고와동이라 이름을 고쳐 불렀다고 한다.
신성계곡의 미덕은 골이 깊은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성계곡과 나란히 도로가 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더 이름나 있긴 하나, 계곡으로 내려서는 포인트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얘기가 다르다. 선 굵은 암벽 앞으로 그리 깊지 않은 계곡수가 흘러가고, 차고 맑은 물속엔 꺽지와 다슬기 등이 ‘물과 거의 비슷한 양’으로 살아간다. 절정의 휴가철이 지난 시기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성계곡을 찾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백석탄으로 내려가려면 사유지를 거쳐야 한다. 가는 길에 뚜렷한 이정표가 없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적벽에서 안동 방향으로 내려가다 ‘송탄경주김공조기백석탄 입구’란 팻말이 서있는 곳이 백석탄 입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