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이양면에서 보성 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쌍봉사 가는 길이 갈라진다. 한 굽이를 돌면 저 앞 나지막한 산 아래 평지에, 좀처럼 보기 드문 중층 건물의 윗부분이 보인다.
삼층목탑 형식의 건물인 쌍봉사 대웅전의 윗부분이다. 아무 예감도 주지 않고 평범하게 이어지던 논들과 그저 순하게 길을 따르던 구릉들, 그러다가 꿈속에서처럼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이색적인 절집의 모습은 기묘한 긴장감과 기대를 품게 한다.
쌍봉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이다. 조선 시대에는 대흥사의 말사였다.
절이 있는 곳은 화순군 이양면 증리, 절 뒤의 산은 계당산(桂棠山)이다.
조선 시대의 기록이나 지도에는 중조산(中條山)이라고 되어 있는데 언제부터 계당산이라 부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신라 경문왕(861~876년 재위) 때 철감(澈鑑)선사 도윤(道允, 798~868)이 이곳의 산수가 수려함을 보고 쌍봉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철감선사는 출가하기 전의 성이 박씨이고 도호가 쌍봉이다. 한주(서울) 사람이며 신분은 육두품 이하 향족 출신이었다.
18세 되던 헌덕왕 7년(815)에 당시 화엄십찰 가운데 하나였던 김제 모악산의 귀신사(歸信寺)로 출가하여 10년 동안 화엄학을 공부했다.
28세 되던 헌덕왕 17년(825)에 사신의 배를 얻어 타고 당나라로 갔다.
철감선사는 스승인 남천선사가 열반한 뒤에도 13년 동안 더 당나라에 머물다가 문성왕 9년(847)에 신라로 돌아온다.
귀국한 후 금강산 장담사로 가서 머물던 철감선사는 대략 문성왕 17년(855) 무렵에 쌍봉사로 와서 10여 년간 종풍을 떨치다가 경문왕 8년(868)에 입적했다.
철감선사는 이 절에서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기초를 마련하였고, 그의 종풍을 이어받은 징효(澄曉)가 영월의 흥녕사(지금의 법흥사)에서 사자산문을 열었다.
쌍봉사 대웅전은 1962년에 옛 대웅전을 해체 · 수리한 적이 있는데, 옛 대웅전이 1984년 불에 타 없어지자 1962년 수리할 당시의 기록에 따라 다시 지었다.
불타기 전에는 3층의 지붕이 팔작지붕이었는데, 1986년에 복원하면서 사모지붕으로 바꾸었고 그 위에 석반(石盤)을 얹고 상륜부를 보완했다.
대웅전 뒤의 기다란 기단 석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만 눈여겨볼 만한 것이다.
지금 대웅전으로 쓰이는 건물자리에 탑이 있었고 옛날에는 이 위에 원래의 대웅전이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돌을 규격대로 반듯하게 잘라서 쌓는 요즈음의 석축과 달리, 크기가 제각각인 돌덩이들을 귀퉁이를 쪼아 내어 조각보 만들 듯이 이었다.
돌덩이들은 크고 작고 길고 짧고, 또 불그레하기도 하고 희거나 거무스름하기도 하다. 햇살 좋은 날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소박한 조화로움이 절실히 느껴진다.
<철감선사 부도>
대웅전 뒤 왼편으로 이어진 대숲을 감돌아 난 오솔길로 비탈길을 올라가면 트인 곳이 나온다.
거기에 통일신라시대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시대에 걸쳐 첫손에 꼽히는 철감선사의 부도와 부도비가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균형 잡힌 몸매, 철감국사 부도는 통일신라 석조 부도의 기본 양식인 팔각 원당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철감선사 부도비>
철감선사의 부도비로, 옆에 있는 부도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비신은 없어지고 귀부와 이수만이 남아 있다. 보물 제170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를 지고 있는 귀부에도 각각 나름의 표정이 있다. 이 거북은 청년 거북이라고나 할까, 매우 씩씩하고 기운차다.
탄탄한 목을 거뜬히 뽑아 올리고 각진 눈으로 앞을 쏘아보고 콧김을 내뿜으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른쪽 앞발은 살짝 들어서 바야흐로 한 발 내디디려는 중이고, 다른 발들은 세 개의 억센 발톱으로 땅을 찍어 그러당기고 있다. 이 모습이 마치 거북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있다.
입에는 여의주를 물었고 정수리에는 뿔을 나타낸 듯한 돌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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