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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북

구미 황상동 마애여래입상(黃桑洞 磨崖如來立像)

by phd100 2018. 9. 22.





 경북 구미시 황상동에 고려시대의 마애불이 있다. 황상동 마애여래입상은 속칭 석현(石峴) 고갯길의 높이 솟은 바위에 새겨져 있다.

 

불두(佛頭)에서 가슴까지는 고부조(高浮彫)로 묘사했고 그 아래는 선각(線刻)에 가깝게 조각했지만 마치 전체가 고부조로 표현된 것처럼 입체적이고 양감이 풍부하다.

소발(素髮)의 머리 위에는 육계가 넓게 표현되어 있다. 얼굴은 넓은 편인데, 입술 아래의 턱선을 강조한 선각으로 인해 턱을 바짝 당긴 듯한 인상을 준다.

지그시 감은 눈, 가늘고 긴 코, 자그마한 입술을 가진 이목구비는 홍성 신경리 마애불입상과 비슷한 인상이다. 목에는 삼도(三道)가 표현되어 있고, 그 아래로는 가슴을 살짝 노출하며 통견(通肩)의 가사 자락이 ‘U’자형으로 흐르고 있다. 두 손은 가슴 앞에 모으고 있는데, 오른손은 손바닥을 앞으로, 왼손은 손등을 앞으로 향하고 있어 전법륜인(轉法輪印)이나 아미타구품인(阿彌陀九品印)을 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부린 손가락의 모습을 정교하게 묘사한 것도 주목된다. 양팔에서 흘러내린 소맷자락은 불상의 허리선을 강조해주면서 발등 위에까지 드리워져 있다. 가슴둘레에서 흘러내린 옷자락은 세 개의 반복되는 ‘U’자형으로 넓게 흘러내리다가 허리 부근에서는 ‘V’자형에 가깝게 세 개의 선을 촘촘하게 표현하였다.

 

옷자락은 다시 하체로 이어지는데 양쪽 허벅지에도 별도의 ‘U’자형 옷주름이 묘사되어 있다. 즉 허벅지 중간에 세 개, 무릎 부위에 세 개가 각각 조밀하게 모여 있다. 이렇게 두 다리 위로 각각 흐르던 옷자락은 발목 위에서 다시 세 개의 반복되는 ‘U’자형 옷자락을 이루며 마무리된다.

 

결국, 전체적으로 3개씩의 옷 주름이 한 조가 되어 인체의 양감을 부분별로 강조하고 있다. 두 발은 옆으로 벌린 것처럼 표현하였다. 발아래로는 대좌의 둥근 윗면이 굵은 윤곽선의 타원형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 둘레에는 단판의 복련좌가 새겨져 있다.

 

마애불의 전반적인 인상은 통일신라시대 제작된 합천 치인리 마애불입상과 유사하며 도상적으로도 같은 설법인 계통으로 보인다.

그러나 옷 주름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세 개씩 모아서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 리듬감을 주고 있고, 옷자락을 몸에 밀착시킨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은 황상동 마애불의 고유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마애불의 불두 위에는 보호를 위한 지붕 형태의 석재가 일부 남아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경주 인근을 중심으로 한 조각기법이 고려시대에 들어와 어떻게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모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양감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회화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려시대의 새로운 표현양식이 가미되어 있다.

 

특히 거대한 크기로 만들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비례를 적절하게 안배하고 있고, 그리 깊지 않은 양감임에도 인체의 굴곡을 탄력 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조각가의 뛰어난 기량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엔 당나라 장수가 백제군에 쫓기다가 어느 여인이 큰 바위 뒤에 숨겨준 덕분에 목숨을 구했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여인은 간 곳이 없고 바위 만 남아있어 그 여인이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바위에 불상을 새겼다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