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태안사(泰安寺)

<태안사(泰安寺) >

태안사로 가는 길은 한 낮임에도 어두컴컴한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첫 번째로 만나는 다리는 정심교(淨心橋)이다.

‘속세의 미련을 버렸다면 이제 이곳에서 마음을 씻어라’는 뜻인데요, 12지신상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두 번째로 만나는 다리는 반야교(般若橋)이다.

'반야'란 지혜를 의미하는데요, 세속의 모든 번뇌를 잊어버리는 지혜을 여기서 얻으라는 뜻이다.

 

이윽고 동리산문을 만난다. 태안사는 한국 ‘선문의 효시이다.

신라시대에는 9대 본산 중 하나였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열린 ‘선방’이 있어서 풍수지리학의 창시자 도선대사가 처음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세 번째 만나는 다리는 해탈교(解脫橋)이다. 깨달음을 얻어 도를 이루라는 뜻이다.

태안사 3개의 다리를 지나면 세속에서 불계로 들어가는 경계라는 능파각(凌波閣)이 나온다.

능파각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82호. 다리는 태안사의 가을단풍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자그마한 폭포들이 소를 이루고 있으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은 한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능파’란 ‘우아하게 걷는 신선의 걸음걸이’를 뜻하는 말로 육신은 이미 신선지경의 세계와 닿았으니 바라만 봐도 피안의 세계에 와 있는 듯 영혼이 맑아진다.

 

태안사에는 경내에 석탑이 없고 이렇게 연못 한 가운데 석탑이 있다.

태안사 삼층석탑이 있는 연못은 능파각에 이어 두 번째로 아름다운 곳인데, 태안사 삼층석탑(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70호)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석탑으로 원래 사찰입구 광자대사부도 바로 옆에 있었으나 현 위치로 옮겨 보수 복원하였다.

 

태안사는 골짝나라 곡성에서도 가장 골짝인 죽곡면 원달리에 있는 조그마한 사찰이지만 한 때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거느렸을 정도로 대찰이었다면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송광사하면 양산의 통도사, 합천의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의 하나이며 통도사를 불보사찰, 해인사를 법보사찰, 송광사를 승보사찰이라고 해서 불교의 신행 귀의 대상인 불, 법, 승을 대표하는 사찰로 불리고 있으니까, 더욱 태안사가 커져 보인다.

 

<태안사>

태안사는 동리산 태안사 사적에 의하면 통일신라 경덕왕 원년인 742년 이름을 모르는 세 명의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다.

 

송광사의 창건연대는 송광사 사적기에 신라말기 혜린이라는 선사에 의해 길상사로 창건되었다고 하니 태안사보다 약 200여년 뒤에 창건된 것으로 보여 한때 태안사의 말사였다는 것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태안사는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이며, 대안사(大安寺)라고도 부르고 있으니 세월의 야속함인가요, 아니면 힘없는 사찰의 운명이었던가..

 

태안사는 742년(경덕왕 1)에 3명의 신승이 창건하였고, 고려 태조 때 광자대사 윤다가 중창하여 선문구산의 하나인 동리산파의 중심사찰로 삼았다.

동리산파의 개산조인 혜철국사가 머물렀 던 이 절에 윤다가 132칸의 당우를 짓고 대사찰을 이룩하였던 것으로, 고려 초까지 송광사, 화엄사 등 전라남도 대부분의 사찰이 이 절의 말사였으나, 고려 중기에 송광사가 수선의 본사로 독립되면서 급속도로 사세가 축소되었다고 한다.

당시 절의 규모는 건물 총 40여동에 110칸이었으며 법당에는 높이 1.4m나 되는 약사여래철불좌상을 모셨다.

월출산 도갑사를 창건한 도선국사도 잠시 태안사에 머물며 동리산파 개산조인 혜철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이 원당이 되어 조정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곡성 최대의 사찰임은 분명하다.

 

태안사에 만 있는 독특한 보물들이 있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83호인 일주문을 바로 지나면 부도전이 나오는데 이곳에만 두개의 보물이 있다.

 

광자대사탑(보물 제274호)과 광자대사 윤다의 부도비(보물 제275호)가 보물이다. 광자대사의 자는 법신이며 법명은 윤다이다.

태안사의 2대 조사로 경문왕 4년에 출생하여 고려 혜종 2년(945) 82세로 입적한 뒤 고려 광종 원년(950)에 부도를 세웠다.

부도탑도 아름답지만 부도비는 더더욱 아름다워 보물을 넘어 국보급은 되어 보인다.

 

석가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있는 윤다의 부도비에는 석가여래의 음성, 범음과 같이 아름다운 고운 소리로 운다는 불경에 나오는 전설의 새(가릉빈가)가 새겨져 있다.

이 새는 극락정토에 살며 머리와 팔은 사람의 형상이고 몸에는 비늘이 있으며 머리에는 새의 깃털이 달린 화관을 쓴 형태이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번뇌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윤다의 부도비를 보는 내내 가릉빈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태안사는 1925년 최남선이 찾아와 “신라 이래의 이름 있는 절이요, 또 해동에서 선종의 절로 처음 생긴 곳이다. 아마도 고초의 신역 같다.”고 극찬하였다.

팔작지붕의 대웅전은 6.25때 불탄 것을 1969년 재현했지만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하다.

대웅전 내부에는 아미타삼존불을 모셔져 있고 보물 제1349호인 천순명동종이 있다.

천순명동종은 몸체에 새겨진 명문에 의하면 1465년(세조 11)에서 1475년(성종 6)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공예수법이 뛰어나다.

이 동종은 조선시대 전기 억불정책으로 불교가 많은 탄압을 받던 시기에 왕실의 도움 없이 사찰 불사의 힘만으로 조성되었다.

맨 위에는 소리의 울림을 부드럽게 한다는 음통과 종의 고리 역할을 하는 용을 새긴 용뉴가 있으며, 어깨에는 1단의 연꽃무늬가 돌려 있고, 그 밑에 넓은 띠에는 방형 속에 연꽃무늬를, 아래에는 작은 원 속에 범자를 새겨 넣었다.

넓은 몸체에는 네 군데에 사각형의 유곽이 있는데 그 주위는 당초문으로 장식을 하고 그 안에 9개의 유두를 연꽃 속에 넣었으며, 밑 부분에도 어깨띠와 비슷한 넓은 띠가 있는데 연꽃무늬와 당초문을 새겨 넣었다.

 

신라에서 고려시대로 이어지는 한국종의 독창적인 조형양식을 계승하고 있는 이 종은 조선전기 동종양식의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전통양식의 계승과 새로운 양식의 접목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제작과 관련된 명문이 뚜렷하게 양각되어 있으며, 주조기술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보물 제 956호인 태안사 대바라는 조선 태종 때 효령대군이 발원하여 만들었는데, 절에서 종교적으로 사용되거나 춤을 출 때 사용하는 타악기로 냄비 뚜껑같이 생긴 두 개의 얇고 둥근 놋쇠 판으로 만들며, 놋쇠 판 중앙의 볼록하게 솟은 부분에 구멍을 뚫고, 끈을 꿰어 그것을 양손에 하나씩 잡고 서로 부딪혀서 소리를 낸다.

 

태안사 대바라는 지름 94㎝ 2매 1쌍인 큰 작품으로 제작 방법이 우수하며, 국내에서 제일 큰 작품으로 손상이 거의 없이 현재에 이른다.

 

이 바라에는 효령대군이 세종과 왕비, 왕세자의 복을 빌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글이 남아있다. 크기로 보아 사람이 들고 사용하지 못하고 매달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태안사 약사전은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협시보살로 모시고 있다.

 

태안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는 보물을 만나기 전 배알문을 지난다. 배알문(拜謁門)은 사찰의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이곳에는 적인선사조륜청정탑과 부도비가 있다.

 

보물 제273호인 적인선사 조륜청정탑은 적인선사 혜철스님의 사리탑으로 통일신라 후기의 작품이며 조성시기는 경문왕 원년인 861년으로 추정된다.

선 · 교 · 율을 섭렵했던 고승 적인 혜철선사의 자는 청보이고 속성은 박씨이며 경주 출생이다.

15세에 출가하여 부석사에서 화엄경을 듣고 22세에 구족계를 받았으며 신라 선문구산의 하나인 동리산파를 연 스님으로 814년 당나라에 건너가 육조, 혜능, 임제, 서당선사 등에게 남종 선을 공부하고 신문왕 원년(839)25년 만에 신라로 귀국 후 곡성 동리산 대안사에서 불도를 펴다가 문성왕 9년(847) 세수 77세로 열반하니 왕이 적인이라는 시호를 추증했다.

도갑사를 창건한 도선국사(827~898)도 문성왕 8년(846) 혜철선사를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자청하고 ‘무설설 무법법’의 법문을 듣고 오묘한 이치를 깨달았으며 혜철선사에게 23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부도의 사면에는 주춧돌의 흔적이 있는데, 당시 부도를 세웠을 때에는 건물 내에 모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절공 신숭겸 영적비>

태안사입구 교차로에는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장절공 신숭겸장군의 영적비가 있다.

 

신숭겸 장군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후삼국시대 궁예의 최측근이었으나 배현경, 복지겸, 홍유와 더불어 폭군이 되어가는 궁예를 몰아내고 왕건을 옹립해 고려를 건국(918년)한 개국 일등공신이었다.

 

이후 왕건을 도와 통일대업을 둘러싼 견훤과의 치열한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왕건이 견훤의 매복에 걸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왕건의 갑옷으로 바꿔 입고 김락, 전이갑, 전의갑 형제 등 다른 장수․병사들과 함께 적진으로 돌격하여 왕건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바꿨다.

 

왕건은 후일 신숭겸에게 삼중대관 태사를 추증하고 시호를 장절공(壯節公)이라 하였으며 그가 전사했던 곳에 지묘사를 짓고 태조의 묘정에 배향하는 등 지극정성으로 신숭겸을 위로했다.

 

신숭겸 장군이 전사한 대구는 신숭겸 장군의 묘가 있는 유적지를 대구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할 정도로 극진히 모시고 있는 반면 정작 신숭겸 장군이 태어난 곡성에서는 장군을 홀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태안사 입구에 있는 장절공 영적비는 1937년 신 장군의 후손들이 건립해 지금까지 관리해 오고 있으나 태생지인 목사동면 구룡리 ‘용산재’와 오곡면 덕산리 ‘덕양서원’은 지방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영적비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소홀로 곧 허물어질 것 같아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고려시대 신숭겸 장군은 곡성 목사동면에서 태어나 태안사를 중심으로 한 동리산(봉두산)에서 무술을 연마했다. 태조 왕건을 살리기 위해 왕건으로 변장하고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뒤 그의 애마가 신숭겸 장군의 목을 물고 와서 3일간 슬피 울다 굶어 죽은 곳이 바로 태안사 뒷산이었다.

당시 태안사 스님들이 신숭겸 장군의 머리라 믿고 장군 단에 말 무덤과 함께 신숭겸 장군의 머리 무덤을 만들어 매년 3월 16일 신제와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곡성은 신숭겸 장군이 태어난 곳으로 비록 그의 황금머리 묘는 대구에 있을지언정 후손들이 만든 비각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문화유산은 관청에서도 일부 보존책임은 있을 것이니 하루라도 빨리 문중과 협의해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할 듯 하다.

 

대인 1,500원이며 주차료는 따로 징수하지 않는다. 문화재관람료 1,500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과 4개의 다리, 그리고 태안사의 5가지 보물,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경찰 충혼탑의 사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가 있는 곳이다.

 

태안사입구부터 태안사까지는 약 2km로 자동차로 8분 거리지만, 걸어가도 30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는 가면서 만나는 귀래교, 정심교, 반야교 등 3개의 다리와 능파각, 마음을 청아하게 씻어주는 맑은 계곡물이 있어 녹색이 주는 싱그러움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매표소에서 약 200여 미터 올라가면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이 있다. 태안사 관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조태일 시인은 태안사 주지스님의 아들로 태어났다. 곡성이 낳은 대표적인 민중시인이자 저항시인으로 현실의식이 깃든 시를 주로 썼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은 시인의 문학세계를 기리고 예비문학도들의 창작공간을 마련하기위해 건립되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인의 시 <국토>가 느껴지는 듯하다.

 

건축물은 시인의 시세계를 건축으로 형상화 하였다. 그의 시세계에서 보여준 압축된 언어들을 '조국 땅덩이라는 구체적 대상에 단단히 뿌리박은 건축적 서정성'을 모티브로 하여 건축했다.

 

형태는 최소한의 건축적 기능만 할 수 있게 조형되어 군더더기 없는 시인의 심성을 닮길 바랐으며, 기능하면서 작동되는 건축적 욕망은 건축너머에 존재하길 바라는 느낌이다.

 

40m정도 되는 긴 직사각형 목구조 기념관동은 동서축으로 드러누워 있는데, 서쪽 끝은 땅속(국토)를 향하여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동쪽 끝은 몸을 틀어 땅위(삶)을 굽어보는 강인한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시대적 억압을 뚫고 나오는 민중성을 형상화했다.

 

또한 기존 대지의 레벨을 높게 파서 지형을 재구축하였는데 폼 너른 풍토를 내면화 하여 세 덩어리의 건축물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 국면을 표현했으며, 땅속인 듯 땅위인 마당 공간은 땅 덩어리가 우리네 삶의 모태라는 시인의 시적 주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이 건축물은 제1회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설계는 건축사 사무소 노둣돌(이은하)에서, 전시설계는 제3테크(이용태)에서 진행하였다.

 

기념관에는 모두 세 동의 건물이 있다. 입구 좌측부터 관리동과 시집전시관이 위 아래층을 쓰고 있으며 관리동 건너편은 기념관 동이다.

조태일 시인은 생전에 ‘나의 시는 태안사에서 비롯되었고 태안사에서 끝이 난다’라고 했는데요, 시인은 1941년 곡성 태안사 주지스님의 아들로 출생했습니다.

 

조태일 시인은 1966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3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4년 경희대학교 2학년 때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아침 선박>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69년 월간 시전문지 시인을 창간하여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를 배출했으며, 1974년에는 고은, 백낙청, 신경림, 황석영, 염무웅, 박태순 등과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창립하였고, 독재에 저항하다 여러 번 투옥되었다.

 

1988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민족문학작가회의'로 바뀌자 초대 상임이사를 맡았으며, 1991년 광주가 낳은 시인 김현승 연구로 경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광주대학교 조교수가 되었다가 1994년 예술대학 초대 학장이 되었으며, 1999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향년 58세밖에 되지 않아 그를 떠나보내면서 수많은 문학인들의 애통한 눈물이 보성강을 넘쳐흘렀다고 한다.

 

시집전시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집 최남선의 ‘백팔번뇌’, 최초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 해외 서정시집 등 희귀본부터 최근까지 약 3,000여권이 전시되고 있다.

조태일 시인의 신춘시(新春詩)의 동인시절 <눈깔사탕 1966>, <필요한 피 1970), <홍은동의 뻐꾹새 1970>, <식칼론 1970>, <반란하는 빛 1970>, <국토 1971>, <우리네의 동정 1974>, <원달리의 아버지 1978> 등 많은 문제작이 이곳에 모두 보관되어 있는 관계로 시집 전시관은 조태일 시인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겠다.

 

시집 전시관 밖에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문학 기념관이 있다. 내부는 심플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이 마치 시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자연 채광으로 살짝 어두운 것이 오히려 전시관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건물의 설계자가 시인이자 건축가인 이윤하 씨라고 하니 아마도 시인인 자기 마음도 어느 정도 자리했을 것이다.

 

1974년부터 민족민주운동에 앞장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초대 대표간사, 김지하 구출위원회 부위원장 등 여러 운동단체에 참여한 고은시인은 1977년 조태일 시인과 함께 수감되었다가 풀려나 민주청년협의회 고문, 한국인권운동협의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조태일 2009년 10주기 추모식에 도종환 시인 등과 직접 참석해 그를 추모했다.

조태일 시인의 시적특징은 <식칼론>, <국토> 등에서 시대의 질곡을 질타하는 특유의 거침없는 목소리를 보여주고, <가거도> 등에서는 원시적 삶에 기초한 역동적 움직임에서 오는 삶의 순결성을, <나의 처녀막>연작 등에서는 우리로서의 민중적 연대감 획득을, 그리고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등에서는 모성적 자연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등단 시절부터 현실의식이 강한 시를 썼으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노래하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저항을 시에 담았다고 한다. 태안사 입구에 있는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 가면 시인의 올곧은 시세계를 느껴볼 수 있다.

 

<경찰 충혼탑>

태안사 일주문으로 가기 전 좌측에는 경찰 충혼탑이 있다. 그 아픈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1950년 6월25일 새벽을 깨우는 포성을 신호탄으로 탱크를 앞세워 38선을 넘은 북한군은 양적, 질적 우세를 앞세워 물밀듯이 남한 땅 곳곳을 유린하기 시작했는데,

1개월 만에 경상도 일부를 제외하고 남한 땅 전부를 집어삼킨 북한군에게서 곡성을 지키고자 당시 곡성경찰서장 한정일과 곡성경찰서 전 병력 300여명은 방어와 습격에 좋은 태안사 보제루에 지휘본부를 마련해 놓고 북한군의 동태와 전쟁의 경과사항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경남 하동지역에서 전북 남원으로 북한군 제603기갑연대가 곡성 압록교를 지나 이동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1950년 7월 29일 압록교 부근에 곡성경찰 전 병력을 매복시켰답니다.

그 후 압록교를 지나는 북한군을 기습 공격하여 4시간 만에 북한군 55명 생포 및 사살, 트럭과 싸이카 등 총 70여점의 장비를 획득하는 전과를 올려 우리 군의 방어 작전에 큰 공을 세우게 된다.

 

이에 격분한 북한군이 곡성경찰의 지휘본부가 있는 태안사를 8월 6일 새벽에 급습하였는데, 이에 물러서지 않고 북한군을 맞아 전투를 벌인 곡성경찰 48명이 이곳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슬픔을 맞게 된다.

 

그 후 전사경찰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참전경찰들의 성금을 모아 충혼탑을 세우고 매년 8월 9일 제사를 지내오다, 1985년 국가차원에서 현재의 충혼탑과 호국관을 새롭게 건립하여 매년 위령제를 모시고 있다.

작전지휘본부가 있던 태안사에도 충혼탑이 있지만, 전투가 있었던 곡성군 오곡면 압록교 부근에도 2000년 승전탑을 세워 청소년들의 역사공부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