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전국 사찰 & 함께 가고 싶은 곳
여행-전북

순창 용궐산(龍闕山) 하늘길

by phd100 2023. 3. 4.

 

순창 용궐산(龍闕山) 하늘길

  전북 진안에서 출발한 섬진강 물줄기가 임실의 옥정호에 모였다가 순창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용궐산이 솟아 있다. 높이는 해발 645m로 하늘에서 보면 평면이 대략 마름모꼴인데 북, 서, 남으로 이어지는 두 변이 섬진강에 닿아 있다. 원래는 용골산(龍骨山)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용의 뼈다귀'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꽤나 오랫동안 강력하게 개명 요구를 했다. 2009년, 정부는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용골'을 '용궐'로 바꾸었다. '용궐(龍闕)'은 '용이 거처하는 집'이라는 의미다.

 

용궐산의 남서 가슴께에는 커다란 암벽이 훤히 드러나 있다. 이처럼 평평하고 매끄럽고 넓은 암벽을 등산 용어로 슬래브(slab)라 한다. 등산꾼은 대개 '슬랩'이라 하고, 슬래브가 크면 '대슬랩'이라고 한다.

용궐산 하늘길은 2021년에 개장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라북도 순창의 여행지다.

용이 거처하는 산이란 뜻의 용궐산은 거대한 암벽과 기암괴석으로 화려한 곳이다. 용궐산 치유의 숲에서 출발해 가파른 돌계단을 20여 분쯤 오르면 수직 암벽에 놓인 하늘길을 만날 수 있다.

하늘길은 용궐산 정상을 향하는 구간 중 비룡정까지를 "용궐산 하늘길" 이라 한다. 총길이 530m 정도의 하늘길은 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암벽 가까이 낸 데크 길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산을 타고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지만, 하늘길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물줄기는 움직이는 용처럼 아름답다.

'용궐산 하늘길'로 불리는 덱 로드로는 깎아지른 듯한 화강암 수직절벽을 지그재그로 오를 수 있도록 나무테크와 돌계단으로 ㄹ자 모양으로 짜릿한 트레킹 및 물길을 벗 삼은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하늘길 데크가 끝나는 곳 전망대와 정상에 있는 비룡정에 오르면 이름 그대로 하늘에 서 있는 것처럼 멋진 풍경이 좌우로 펼쳐진다. 하늘길에서 용궐산 정상까지는 40분쯤 걸린다. 중간중간 나무 의자가 따로 있어서 섬진강변을 마주하고 쉬어 갈 수도 있다. 하늘길만 둘러볼 예정이라면 데크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옛 등산로가 이어지는 산림 휴양관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또 덤으로 힐링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은 "총 163ha 면적에 편백 등 수목 20만본을 식재하고 정자와 쉼터 등 휴식공간을 조성한 용궐산 자연휴양림의 핵심시설이다.

 

2021년에 용궐산 대슬래브에 잔도가 놓였다. 매끈한 화강암 암벽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약 540m의 덱 로드로 '용궐산 하늘길'이라 부른다. 하늘길에 오르려면 먼저 가파른 돌계단 길을 20분쯤 올라야 한다. 하늘길을 놓으면서 만든 기존의 돌계단 길은 지난해 가을 산사태로 폐쇄되어 있고, 현재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또 다른 돌계단 길이 마련되어 있다. 아주 야성적인 돌계단이어서 돌 하나하나와 얼굴 맞대고 몇 번이나 인사를 나누었는지 모르겠다.

 

대슬래브와 함께 하늘길이 시작된다. 첫 계단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 쓰여 있다. '발아래를 잘 보라'는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발아래를 잘 살펴야 한다.

몇 걸음 오르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마주한다. 세상에 가득 찬 넓고 큰 기운에 대해 '잡다한 일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마음'이라 설명해 두었다. 그렇게 이따금 계단은 '산광수색(山光水色·하늘빛, 물의 색, 경치가 좋다)'이라거나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등의 옛 말씀을 바위에 전각해서 힘들게 오르는 길을 더욱 쉬이 가게한다.

 

또 다른 암벽에는 계산무진, 제일강산 등이 새겨져 있다. 애초 '용궐산 고사성어길' 조성을 위해 더 많은 각자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자연훼손이라는 비판에 따라 중단되었다.

대슬래브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하늘길에서는 몇몇 각자를 볼 수 있다. '계산무진(谿山無盡)'은 '시냇물도 산도 다함이 없다'는 뜻으로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은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의미로 한석봉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제일강산(第一江山)'은 안중근 의사의 글씨다. 약지 한 마디가 없는 그의 손바닥 도장도 새겨져 있다. 그 손에 내 손을 대어본다. 날이 따스해 손도 따스하다.

 

오르는 길 내내 시야가 한없이 열린다. 용트림하는 것처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에 가슴이 저릿하다.

데크 끝의 전망대를 지나면 잠시 후 하늘길이 끝나고 용궐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여기부터 정상까지는 약 1.3㎞ 정도이고, 시종일관 오르막에 바위 많은 험한 길도 있다.

정상 전망대 비룡정에서 세상을 본다. 첩첩 산은 깊고 그윽하다. 섬진강은 북쪽의 임실 덕치면에서 흘러와 발아래를 적시고 남쪽의 순창 적성면 쪽으로 흘러간다. 북쪽의 물굽이 아래로 빨간 현수교도 보인다.

 

 

◆장군목 유원지

덤으로 보는 장군목유원지. 가장 앞의 바위가 요강바위다. 1993년 도난당했다가 1년6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던 사건의 주인공이다.

현수교 일대는 장군목 유원지다. 주변 산세가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의 목에 해당한다고 하여 장군목이라 하고, 장구의 잘록한 허리와 닮았다고 장구목이라고도 부른다. 장군목 유원지는 섬진강 5백리 가운데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으로 꼽힌다. 경치에 반한 사람들이 들락거렸고 그러자 '가든'이니 '민박'이니 하는 것들이 생겨나 저절로 유원지가 되었다고 한다.

 

여러 고을의 섬진강을 보았지만 이곳의 강돌은 특히 웅장하고 원시적으로 보인다. 하늘을 담은 돌개구멍도 하 많고 다리 뻗고 누울 너럭바위도 넉넉하다. 수만 년 굽이치며 흘러온 강물이 빚어놓은 이 기이하고 기묘한 돌들은 3㎞에 걸쳐 흩어져 있다. 이곳에서 영화 '아름다운 시절'과 '복수는 나의 것'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 기묘한 바위 가운데 이름난 것이 '요강바위'다. 높이 2m, 폭 3m, 무게 15t의 바위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큰 구멍이 나 있다. 이것 역시 돌개구멍이다.

구멍은 움푹 파인 수준을 넘어 아예 바닥까지 뚫려 있다. 이 구멍에 아이가 없는 여인이 들어가 치성을 드리거나 바위에 걸터앉아 소변을 보면 아들을 얻는다는 전설이 있다.

6·25 전쟁 때는 마을 주민이 요강바위 안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일설에는 빨치산 5명이 이곳에 몸을 숨겨서 살아남았다고도 하는데, 사실 그 정도로 크지는 않다.

한때 요강바위가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난 적이 있다. 1993년 이곳으로 이사 온 한 외지인이 마을 주민 모두를 단체관광 보낸 뒤 중장비를 끌고 와 바위를 실어내 갔다고 한다. 다행히 도둑은 오래지 않아 붙잡혔고 요강바위는 1년 반 만에 이곳에 돌아왔다.

 

너럭바위에 앉아 요강바위를 본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다. 뒤돌아 앉으면 용궐산 대슬래브가 보인다. 하늘길이 절리 같고 수많은 말씀은 마음에만 남았다. 길가 찻집에서 추억의 가요가 흘러나오고 요강바위를 둘러싼 여인들의 웃음소리 높다.

 

용궐산 가는 길은 대구광주고속도로 순창IC → 가남교차로 → 제일고삼거리 → 지복사거리 → 운림사거리 → 내월삼거리→ 내룡교차로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잠시 후 좁은 강변길이 시작된다. 차 두 대가 겨우비켜갈 수 있는 길이다.

용궐산 하늘길 산행 시점인 치유의 숲 주차장이 넓게 자리한다. 주차비는 무료다. 길 따라 약 1.7㎞ 더 들어가면 장군목유원지다. 요강바위 근처 도로에 작은 주차 공간이 있다.

하늘길 왕복은 약 2시간 정도. 데크길 끝에서 정상으로 오른 후 장군목유원지로 내려오는 등산로도 있다.

 

 

 

'여행-전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창 채계산(釵笄山) 출렁다리  (0) 2023.03.04
진안 마이산 탑사  (0) 2021.10.19
구례 지리산 천은사  (0) 2021.10.19
남원 지리산 정령치  (0) 2021.10.19
남원 실상사  (0) 202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