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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필리핀

마닐라- 산티아고 요새

by phd100 2024. 10. 16.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지역 북서쪽에 위치한다. 산티아고 요새는 인트라무로스 성벽의 일부이다. 에스파냐 군대의 본부였고 호세 리잘(José Rizal)이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되었던 곳이다. 파시그강(Pasig River) 하구가 내려다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일본군 점령기 동안 수많은 필리핀인들이 이곳에 수감되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었던 많은 부분을 1950년대에 복구해 공원으로 조성하였고 특히 요새 입구의 성벽을 정교하게 복원하였다. 스페인 시대에는 필리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으며, 오직 부역자들이 낮 동안 성안에서 노동을 강요당하다 저녁에 성문 밖으로 쫓겨나곤 하였다.

 

  규모가 작지 않아 깔레사를 타고 한 바퀴 도는 여행객들이 많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소풍을 나온 필리핀 초등학생들도 많다. 그만큼 필리핀 현지인에게는 잊히지 않는 아픈 역사가 담긴 유적이다.

 

  또 산티아고 요새 지하에는 스페인 점령기와 일본 점령기에 현지인들을 수용했던 감옥이 있는데, 이곳에는 썰물 때 감옥 안으로 물이 밀려 들어와 안의 수용자들이 모두 익사했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입장료 75페소. 입장 관람 팁으로 입구 왼쪽 안내센터에서 지도와 안내서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인트라무로스 성벽의 일부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군사 방어 시설이다. 하지만 필리핀의 영웅 호세 리잘이 1896년 처형당하기 전까지 이곳에 수감됐었기에 더 의미가 깊다.

 

  당시 감옥은 현재 리잘 박물관으로 꾸며져 생전에 그가 사용하던 가구와 물건, 친서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그가 자신의 감방에서부터 현 리잘 공원에 있던 사형장까지 걸어갔던 길 위로 발자국이 새겨져 있어 관광객들의 주목을 끈다.

 

  성벽 위를 걸으며 파식강 너머의 전경을 감상하고 잘 가꿔진 정원도 산책하며 그늘진 벤치에서 휴식을 취해 보자. 공원 내 위치한 안내센터에서는 기념품으로 보관해도 좋을 만큼 잘 제작된 지도와 안내서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호세 리잘의 소설 “나에게 손대지 마라!”>

한밤중이었다. 나방들이 등불 옆을 정신없이 맴돌고 있었다. 그 옆에는 날아다니는 나방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리살! 뭘 그렇게 보고 있니?”

“예, 엄마. 저기 저 나방들이요.”

“그래? 나방을 보니 이야기 하나가 생각나는구나. 옛날에 등불을 너무 좋아하는 꼬마 나방이 살았단다. 등불이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엄마 나방의 말을 매번 듣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 날 밤, 평소보다 등불에 가까이 갔던 꼬마 나방은 그만 날개가 타서 죽고 말았단다.”

 

문득 어린 리살은 자기도 나방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등불 옆에 있다가 날개가 타 들어가도 나방이 되고 싶었다. 에스파냐(스페인)의 가혹한 지배에 신음하고 있는 조국 필리핀을 위하여 싸우고 싶었다. 너무 뜨거워 자기 생명이 타서 없어지더라도 말이다.

 

호세 리살은 필리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에스파냐에서 유학한 그는 “우리의 조국은 필리핀”이라고 외치며 각종 언론 활동을 벌였다.

에스파냐 통치자들이 필리핀을 얼마나 가혹하게 통치하고 있는지, 필리핀이 처한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폭로하기 위하여 더불어 소설을 쓰기도 하였다.

 

망명 생활을 하던 호세 리살은 필리핀으로 돌아와 손수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여러 과목을 무상으로 가르쳤다.

유럽에서 출판된 그의 첫 작품 《나에게 손대지 마라》는 필리핀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읽혀졌고, 그의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당황한 에스파냐 정부는 리살을 추방하였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던 그는 31세가 되던 해 위험을 무릅쓰고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필리핀에서 민족의 각성을 촉구하다가 곧 체포되어 투옥되었고, 혁명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처형당하였다. 그러나 그가 품었던 이상은 이후 필리핀 독립운동의 굳건한 주춧돌이 되었다.

 

안녕, 사랑스런 나의 조국.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조국 필리핀에,

내가 밟았던 그 땅에

내 삶의 깊은 사랑을 남기고 가네.

나는 가려네.

고문하는 사람도 없고,

압제자의 권력이 반드시 파괴되는 그곳으로.

신념 때문에 죽지 않고, 신이 다스리는 그곳으로.

 

- 처형되기 전날 밤 호세 리살이 남긴 시, <마지막 이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