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전국 사찰 & 함께 가고 싶은 곳
여행-서울

노량진 지하배수로

by phd100 2024. 12. 31.

 

노량진 지하배수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경인선, 경부선, 전철1호선을 건너 한강이나 여의도로 사람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은 노량진역에서 약 2km 떨어진 대방역 지하차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없다. 기껏해야 옛날에는 노량진역 철도 위 고가다리를 건너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밖에 갈 수 없었다. 그나마도 지금은 노량진역 쪽에서 수산시장까지 만 가는 길은 여기 소개하는 지하배수로를 포함 딱 세곳이다. 수산시장까지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의도까지 가는 차도, 인도가 없어서 노량진은 더 이상 발전이 없다.

  노량진에서 여의도 구간인 이 길을 내기 위한 노력은 해방이후 선출직 공무원인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이 선거 때마다 내건 공약이지만, 공염불이었다.

노량진에서 생기는 오수, 우수는 기찻길이 막혀 한강으로 흘러가는 길이 본동이나 대방동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길이 없다. 그래서 아마 일제 강점기 말기 일본은 많은 지하 배수·하수로를 만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간다.

 

  지금까지 발견된 서울의 지하배수로는 시청앞 서울광장과 남대문로, 태평로2가에 있는 지하배수로로 총 3개이다.

해당 배수로는 대한제국 말엽인 1907년(광무 11년 / 융희 원년)부터 일제강점기인 1915년까지 약 8년 사이에 조성한 것이다. 조선 시대부터 있었던 한성 내 하수도를 근대식으로 개축하면서 복개시켰다. 이 배수로는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구한말부터 일제 초반에 지은 배수로가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현재까지 활용되는 것은 더욱 희소하다. 서울특별시에서는 배수로의 도시 사적 가치를 인정하여 2014년에 서울광장과 남대문로의 지하배수도를, 2015년에는 태평로2가의 지하배수도를 서울특별시의 기념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노량진 지하배수로는 아직도 서울시 기념물로는 끼지 못하고 있다. 어떻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개방된 곳이 여기 노량진 지하 배수로이다.

 그동안 동작구청은 많은 하수구를 만들곤 해서 우수, 오수를 한강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침수해소사업(2008~2011)을 시행하던 도중 노량진역 주변 경인선 지하에서 여러 형태의 하수암거를 발견하였다.

1899년에 노량진에서 제물포까지 철도가 개통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하수암거 역시 철도 건설 기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개된 하수암거는, 5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구간 12.5m, 2구간 20m, 3구간 11.2m, 4구간 12.0m, 5구간 36.3m로 총 92m 길이이다. 대표적인 단면은 2구간의 말굽형으로서 상부에는 벽돌이, 하부에는 석축이 사용되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건설 시기와 단면 형태 등 구간별 특색이 확연하여 토목 기술과 도시의 변천사를 함께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동작구는 근대토목시설물 견학장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노량진 지하배수로에 대하여 정밀안전진단과 개수, 보수를 시행해서 2022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새롭고 신비한 터널을 구경하면서 오갈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생겼다. 가는 방법은 9호선 7번 출구에서 대방역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돌석축이 나타나는데, 이 처음 석축에서 꺽이는 곳은 미개방된 터널로 유리문으로 폐쇄되어 있다. 조금 더 가면 바로 우측으로 꺽이는 곳에 엘리베이터 승강장이 보이고, 승강장앞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길도 있다. 이 계단길 양쪽벽면을 그대로 방치한 것에 약간 아쉬움이 있고, 찾아오는 이가 많지 않으니 구석에는 사용하지 않은 의자도 쌓아 놓고 있다. 홍보용 옛 사진이라도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계단이 싫으시면 승강기로 사용하면 된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면, 남쪽터널과 북쪽터널로 가는 사거리에서 만난다. 먼저 남쪽터널은 30여m 가면 앞이 막혀있다. 현재 배수펌프가 가동 중이다. 돌아 나와 북쪽으로 60여m를 가면 정면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터널 끝이다. 승강기를 타면 바깥이 바로 노량진 수산시장이다.

 

  터널 내부 조명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환한 조명은 도심속의 터널 같지는 않고, 별세계 같다. 혼자 가면 무서움도 느낄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옛 토목공사의 기술과 신비함을 느끼면서, 여름이면 더위를, 겨울이면 추위를 피하면서 걸어 보는 것도 좋다. 또 아빠의 설명을 들으며 자녀와 함께 간다면 어린이에게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다.

이곳 92m 정도의 터널이 금방 끝남에 아쉬움을 갖는다면 수산시장에서 해산물 구경과 식사를 하고, 역방향으로 다시 걸어 나와도 좋다.

'여행-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역사박물관  (2) 2025.03.20
돈의문박물관마을  (6) 2025.03.20
강서 궁산 땅굴 역사전시관  (2) 2024.12.21
강서 겸재정선미술관  (3) 2024.12.21
강서 양천향교  (2) 2024.12.21